인간 똥오줌 재활용한 비료 기후위기 대처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전통 비료로 활용되다 퇴출된 인간의 똥과 오줌을 안전하게 다시 재활용함으로써 인간도 순환경제에 편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배설한 똥오줌으로 만든 비료가 약품 성분 잔류나 유해 미생물 우려 없이 작물 증산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토양의 탄소 함유량을 늘림으로써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대처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라이프니츠 채소 및 관상 작물 연구소'의 아리아네 크라우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간의 분뇨를 재활용한 비료가 농작물 증산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환경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Environmental Science)에 발표했다.
인간의 분뇨에는 질소와 인, 칼륨 등 식물 생육에 필요한 비료의 3요소는 물론 철과 붕소, 아연 등 미량 원소도 갖고 있어 농경시대부터 천연 비료 역할을 해왔지만, 인간이 복용한 약물이 남아있고 유해 세균이 제거되지 않는 점 때문에 화학비료로 대체되고 말았다.
하지만 화학비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고 이용할 때는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는 문제를 안고있다.
연구팀은 분뇨를 재활용한 비료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9년 6∼10월에 라이프니츠 연구소 경작지에서 비료의 종류를 달리하며 양배추를 실험재배했다.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를 발효해 유기질 비료로 만든 '비나스'(vinasse)를 기준 비료로 삼아 분뇨를 이용해 만든 재활용 비료의 효능을 분석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소변의 질소화합물을 암모늄과 질산염으로 전환한 이른바 '소변 질화(窒化) 비료'(NUF)로는 두 종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중 '아우린'(AURIN)이라는 비료는 제조 과정에서 잔류 약품을 걸러내고 병원균도 제거해 최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경작에 이용할 수 있는 승인을 받고 상품화 돼있다.
독일항공우주국이 달과 화성 등지에서 하수 재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크롭'(CROP)이라는 비료는 아직 아우린과 같은 잔류 약품 및 병원균 제거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살균한 소변으로 만든 비료만 활용했다.
이 비료들은 재래식 화장실에서 수거해 부숙한 분(糞) 퇴비와 섞거나 각각 분리 투입하고 양배추 산출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1헥타르당 35∼72t의 양배추가 생산됐는데 아우린이나 크롭, 비나스를 투입한 경작지에서 산출량이 가장 많았고, 분 퇴비만 투입하거나 분 퇴비에 NUF를 일부 섞어 사용한 경작지에서는 토양의 종류에 따라 20∼45%씩 수확량이 적었다.
이런 결과는 NUF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비나스만큼 높은 증산 효과가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또 분 퇴비에 각종 약품부터 살충제에 이르기까지 총 310종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는지를 분석했는데, 약품 11종을 비롯해 6.5%만 기준 이상으로 검출됐다.
잔류 약품 중에서는 진통제인 이부프로펜과 항경련진정제 카르바마제핀만 양배추의 식용 부위에서 확인됐으나 1㎏당 1.05∼2.8㎍으로 아주 미미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는 양배추 50만 개를 먹어야 카르바마제핀 알약 하나를 복용하는 것과 같아질 정도로 적은 양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크라우제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아우린이나 크롭과 같은 NUF가 농업에서 비료로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면서 "올바르게 준비되고 품질 관리가 이뤄진다면 재래식 광물 합성 비료의 25%까지 인간 분뇨를 재활용한 비료로 대체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축 사육과 사료 재배를 줄이는 변환과 결합해 화학비료가 덜 필요하게 됨으로써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소비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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