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800회, 위기 속에서도 "우리답게" [종합]

라디오스타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 / 사진=MBC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라디오스타'가 800회를 넘어 MBC 장수 토크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우리답게'라는 마음가짐이었다.

18일 상암 MBC에서 MBC 예능 '라디오스타' 800회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MC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를 비롯해 이윤화 PD가 참석했다.

'라디오스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 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다. 무려 16년동안 MBC의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라디오스타'를 통해 방송에 복귀했던 김국진은 '라디오스타'를 특이한 친구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안영미도 처음 MC로 합류할 당시만해도 "별 생각없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년은 버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정도로 한 회차 회차 쉬운 게 아니더라. 그런데 700, 800회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꿈같다. 그 사이에 혼인신고도 하고 임신도 하고 함께 격어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가족같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MC들이 생각하는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유세윤과 안영미는 김국진과 더불어 김구라라는 큰 기둥을 바탕으로 '라디오스타'가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유세윤은 "김국진이란 사람이 가장 김국진답고, 김구라다운 곳이 다른 프로그램 다 제치고 라스라고 생각된다. 그 안에서 큰 몫을 해주고 평안함고 날카로움을 다 해주셔서 그 굵은 매력이 800회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영미는 "중요한 건 서로서로 친하지 않다.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권태가 올 일이 없다. 늘 새롭다"고 너스레 떨면서 "순해졌다고 하시는데 그 게 어떻게 보면 장수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매번 논란이 있고 독하기만 하면 지금시대에는 장수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게스트 분들도 순해져서 더 편하게 놀수 있는 놀이터같은 장소가 돼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앞선 시상식에서 '눈길이 가진 않지만 장수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노포'에 빗대 표현했던 김구라는 "토크쇼지 않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기본이다. 저희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같은 프로그램과 플랫폼은 다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큰 틀에서 같은 포맷이라 생각된다"라고 "중간중간 의욕적으로 시도해보려 했으나 토크쇼라는 포맷이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내주고 있다. 지금은 자연스럽지만 7~8년 전에는 이례적으로 일반인을 모셔서 방송하기도 했다. 핫하고 주변에 있던 연예인이지만 이슈가 있는,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한 분들을 모시고 토크쇼를 하는 큰 틀은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래되면 익숙하다. 16년이 됐으나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많은 PD들도 그렇고 '핫'한 것은 없다. 16년 동안 매번 핫하겠나. 그래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의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6년 동안 1434명의 게스트가 다녀간 '라디오스타'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년 동안 백종원과 경쟁하기도 했고 MC가 교체되는 이슈도 있었다.

김국진은 "위기는 계속 있어왔다. 앞으로도 있을 거다. 그런데 위기를 겪다보니 그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진짜 위기다"라고 말했다.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그래도 방송을 했던 경험으로서 이정도면 뭐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저희가 하던 자리에서 하는 거 밖에 없었다. 경쟁 프로그램이 잘 돼 매번 우리가 위기라면 '우리답게' 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아닐까 생각했다. 안정됐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고 큰일났다란 생각도 해본 적 없다. 그냥 우리답게 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구라 역시 "진짜 위기라고 느꼈을 때는 윤종신 씨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매번 같은 토크쇼의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속깊은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다. 윤종신 씨가 저한테 했던 '방송을 하는 데 내가 재미없다' 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위기는 우리 스스로 재미가 없다고 할 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아직까지 저는 그런 적 없다. 녹화가 길게 하네라는 생각을 하지만"이라고 너스레 떨기도.

이어 "예전엔 즉흥성이 많이 요구되기도 하고 출연진도 와서 그 사람 입장에서는 굳이 해서 안 될 얘길하는 경우도 있어서 재미있게 나가고 그랬는데, 요즘엔 10대 출연자가 와도 자기가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후 편집 요청이 온다.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으나 정해진 틀 중 10~20%를 현장에서 나름 재미있고 유쾌하게 재미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독설 토크쇼로 유명했던 '라디오스타'는 최근 '순한맛'이 됐단 평가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윤화 PD는 "순한 맛이라기엔 강약중강약이 있었던 거 같다. 리얼 싸움은 아니지만 '저 얘길 왜 저렇게 오래하나' 싶었던 상황도 없지 않아 있었다. 예능의 전반적 정서일 수 있는데 불펴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보시는 시청자들도 불편하게 생각하고 감정이입하시는 걸 경험했다. 순한맛이라고 이야기하기 보다 최대한 불편을 드리지 않는 선에서 웃음을 드리고 싶다는 목표지향점이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구라는 순한맛이라고 하지만 여타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는 아직까지 '독한' 면이 있다며 "진짜 독하고 날 것을 원하신다면 구라철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언급해 웃음을 안겼다.

그렇다면 '라디오스타'가 좋아하는 게스트는 어떤 사람일까. 이윤화 PD는 "자기 색깔이 확실한 사람"을 꼽았다. 가장 최근에도 류승수를 끈질기게 설득해 섭외했다며 "자기 색깔이 있는 분이라 생각해서 그런 노력 끝에 모셨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희가 궁금한 분을 시작점으로 생각한다. 그 분의 색깔을 통해 기획을 그리면서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심오하거나 심오한 분들만 계시면 매력이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매력을 가진 분을 모신다. 예를 들어 류승수 씨도 김호영 씨 같은 분과 함께 모셔서 '끌어올려~'라는 유행어를 만들고 가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