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이’ 연상호 감독 “강수연 선배, 영화같이 사셨다” 추모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1. 18. 14: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식 고전 멜로와 SF의 결합 낯선 장르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면” 인간성·모성애에 철학적 질문 던져 오는 20일 넷플릭스 공개
영화 ‘정이’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독특하고 창의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연니버스’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연 감독은 SF장르의 색을 띠면서도 모성애,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서정적인 연출로 풀어내는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한국의 고전적 멜로와 SF가 결합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그는 “나이를 먹어버린 딸과 마지막 순간에 머물러 있는, 실존하는 지옥에 갇혀버린 엄마가 관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라고 느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는 20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영화는 배우 강수연의 첫 SF 도전이자 유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2세기 미래에 폐허가 돼버린 지구를 떠난 인류가 수 십 년간 벌여온 내전을 전쟁 영웅 ‘정이’(김현주)가 끝내려다 실패해 식물인간이 되고, 그의 딸인 윤서현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강수연)이 명예를 되찾기 위해 엄마의 모습을 한 AI 전투용병을 완성시키려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후반 작업이 진행되던 작품은 지난해 대배우 강수연의 별세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연 감독은 “강 선배가 남한테 폐를 끼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성격이셨다. 어떻게 하다보니 마지막 후시녹음을 하고 세트 촬영장에서 선배의 사전 인터뷰도 미리 따게 됐다”며 “지금보면 정이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다 하고 가셨다고 생각한다. ‘정말 영화같이 사셨구나’라고 느낀다”고 돌이켰다.

영화 속 강수연은 끊임없는 전투와 복제로 고통받던 엄마에게서 모성애를 지워낸 뒤 “자신만 생각하며 살라”고 새로운 기회를 선물한다. 인상깊은 액션 연기로 돌아온 배우 김현주는 엄마인 동시에 전사인 용병 정이를 자연스레 소화해냈다.

연 감독은 “부모님에게 우리 자식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해본 적이 있지 않느냐”며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이뤄질 수 없는 상상을 그리는 것이 SF장르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배우들은 AI와 인간을 넘나들며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연 감독은 “저도 인간 연상호와 영화감독 연상호라는 두 가지 정체성으로 살고 있다”며 “사회생활을 하며 부여받은 아이덴티티로 내 안에 다른 인격들이 형성되곤 한다. 작품 속 AI에게도 이와 비슷하게 정체성이 있다는 설정으로 존재를 정립하는 근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천만 관객 ‘부산행’을 비롯해 ‘염력’ ‘반도’ ‘지옥’ 등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활동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뽐낸다. 그는 “대중과 완벽하게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예술가로서 축복”이라면서도 “그 능력이 저에게는 존재하진 않지만 인정할 부분을 인정하고 작업과정을 즐기려고 한다. 오히려 상상력의 빈곤으로 우울할 때가 오히려 많다”고 겸손을 표했다.

고보현 기자

영화 ‘정이’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