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때문에 母 백골시신 방치한 40대 딸…생전에도 방임했다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47·여)가 지난 13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연금 수령을 목적으로 70대 어머니가 숨졌음에도 수습하지 않고 시신을 2년 넘게 집안에 방치한 40대 딸이 생전 당시에도 모친을 방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A씨(47)에게 노인복지법상 방임 등 혐의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A씨가 당뇨병 등 지병을 앓으며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인 B씨(사망추정 당시 76세)를 생전에 방임한 정황을 포착했다.

B씨 사망 추정 시점 2개월 전인 2020년 6월 이후 병원 진료 기록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보호나 치료를 소홀히 한 보호자는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어머니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A씨가 어머니 B씨의 연금을 부정하게 수령했다고 보고 국민연금법과 기초연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기초연금 대상자인 B씨 앞으로는 매월 20만~30만원의 연금과 국민연금이 각각 나왔다. A씨는 B씨 사망 사실을 숨겨 약 2년 넘게 부당하게 연금을 받아왔다. 그가 수령한 연금은 약 1500여만원으로 생활비 등에 모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 방치 이유에 대해 "사망 신고를 하면 어머니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받지 못 할까봐"라고 진술했다.

A씨는 2020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인천 남동구 간석동 한 빌라에서 B씨 시신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10시 19분 B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그의 넷째 딸의 신고를 접수한 뒤 해당 빌라로 출동했다. 당시 B씨는 주거지 안방에서 이불에 덮여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주거지에서는 A씨가 작성한 '2020년 8월쯤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가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게 추가혐의를 적용해 이르면 오는 19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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