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회·16년·1434명…장수 토크쇼 ‘라디오스타’ 위기→원동력까지(종합)[DA:현장]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2층 M라운지에서는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 연출 이윤화 PD가 참석했다.
가장 먼저 안영미는 최초의 ‘라디오스타’ 장기 여성 MC 소감을 묻자 “처음에 최초의 여성 MC라는 자리가 매력적이었다. 나름 좀 책임감을 갖고 했다. 최초 임산부 MC가 돼서 또 다른 책임감을 갖고 하고 있다. 내가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될지, 이제 15주라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상황이다. 육아휴직을 주신다면 ‘라디오스타’에 몸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구라는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라디오스타’가 예전만큼 눈길이 안 간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토크쇼에서는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듣는 게 기분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큰 틀에서의 포맷이다. 중간에 예전에 의욕적으로 시도를 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토크쇼라는 포맷이 정체성을 나타내준다. 7-8년 전에는 이례적으로 일반분들을 모시고 방송을 하기도 했다. 핫하거나 이슈가 있어서 할 이야기가 있는 분들을 모시는 큰 틀은 변화가 없을 것 같다. 올해 800회를 맞이한다. 핫한 건 없다. 어떻게 16년 동안 매번 핫할까.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의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맏형 김국진은 800회를 맞이한 소감에 대해 “‘라디오스타’가 방송 복귀작이었다. 방송을 관두고 다시 시작하게 된 게 ‘라디오스타’였다. 특이한 친구고, 성격은 모르겠지만 특이한 친구다. 나는 평범한 스타일이지만, 특이한 면도 있어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벌써 800회까지 왔다. 아파서 한 주 빠지고 나머지를 다 참여한 거 보면, 나도 ‘라디오스타’도 아직 건강하다는 생각을 한다. 매주 봐준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유세윤은 “16년을 버틴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구라 형과 국진의 형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형들이 큰 몫을 해주고 있고, 편안함과 날카로움을 맡아서 해주시고 있다. 그 굵은 매력이 800회까지 오게 만들어주신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중간 투입된 MC 안영미는 “처음에 최초의 여성 MC가 됐을 때, 여성 MC라서의 두려움보다는 그 전에 계셨던 ‘S 오빠’가 강력했기 때문에 비교를 많이 당했다. 초반에는 그거 때문에 힘들었었다. 워낙 재치 있는 오빠였기 때문에 그만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재밌고 톡톡 튀기 때문에 나를 앉혔는데 어떻게 하면 더 튈까 그 생각만 했다. 그러다가 나도 매너리즘에 빠지고, ‘나갈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라디오스타’를 하면서 배운 건, 게스트를 돋보이게 해주고 그 분들을 편하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조금 내려놓으면서 마음도 편해졌다”라고 고충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윤화 PD는 ‘라디오스타’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것들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는 편이다. 이렇게 어느 시점이 지나 돌아보니, 웹예능이 화제성이나 새로움을 6개월에서 1년까지 가져가지 못하더라. ‘라디오스타’ 자체가 돋보이는 지점이, 조급함이 이미 없어진 프로그램이라 MC를 돋보이게 하거나 게스트에 집중할 수 있는 진정성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부장이 될 때까지 쭉 갈 수 있는 방송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구라는 800회를 맞이한 것에 대해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까지 오래할 줄 몰랐다. 프로그램 수명은 현실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모든 프로그램은 끝이 있다. 최장수 프로그램도 언젠가는 끝난다. 내가 봤을 때는 900회까지는 충분히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디오스타’가 여러모로 맞아서 이렇게까지 왔다. 프로그램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끝나면) 아쉬움은 있을 거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소멸되는 게 이치다. 그렇게 소멸된다고 해도 우리 프로그램은 전혀 슬프지 않다. 언젠가 끝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덧붙였다.
800회까지 오면서 ‘라디오스타’에 위기가 많았다. 가장 오랜 기간 ‘라디오스타’에서 함께한 김국진은 “위기는 계속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거다. 위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진짜 위기다.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그냥 하는 수밖에 없었다. 상대 프로그램이 잘 돼서 우리가 위기면, 매번 위기일 수밖에 없다. 우리답게 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다른 영향을 받아서 위기라면, 지금도 우리는 항상 위기다. 우리는 우리답게 걸어갔던 것이, 극복할 수 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냥 우리답게 하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위기’에 대해 김구라는 “요즘은 10대 출연자가 와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는 안 한다. 우리 프로그램은 여전히 많은 분들이 나오려고 한다. 윤종신 씨가 ‘하는데 재미가 없다’라고 말하며 그만두고 나갔다. 위기는 우리 스스로가 하면서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었다. 물론 와서 녹화가 좀 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녹화 후에는 재밌었다는 생각을 하고 집에 돌아간다”라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이윤화 PD는 800회까지 흘러온 시점에서 섭외를 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는지 묻자 “희망섭외를 말씀드려서 섭외된 걸 못봤다. 하지만 나와주신다면 정말 멋진 분들이다. 손석구, 김혜수, 아이유 씨 모시고 싶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초반보다 ‘라디오스타’가 순한맛이 됐다는 평가에 대해 김구라는 “정말 많은 분들이 나오셨다. 처음에 슬로건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 파격적으로 해서 짧은 시간인데도 이렇게까지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토크쇼와는 다르게 해왔다. 생로병사가 있듯, 16년 된 프로그램이다. 웬만한 강아지 수명보다 길게 해오고 있다. 우리에게 ‘가족오락관’처럼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예전보다 순한맛이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다. 여타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나름 독하게 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윤화 PD는 “‘라디오스타’를 찾아준 게스트가 1434명이라고 하더라. 조금 더 마음문을 열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에 최선을 다할 테니, 거부감을 내려놓고 찾아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세윤은 “‘황금어장’ 시절부터 돌아보면, 내 연예계 생활을 크게 성장시켜준 프로그램이라 감사함이 더 크다. 800회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900회 때 내가 없을 가능성이 제일 높을 것 같다. 900회에도 함께할 영광이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고, 안영미 역시 “900회도 이 멤버 그대로 앉아있으면 좋겠다. 리액션 걱정하지 마시고, 내가 웃겨드릴테니 나와만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라디오스타’는 지난 2007년 5월 3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MC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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