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맛이 장수 비결”…800회라는 익숙함 속 새로운 매력 ‘라디오스타’(종합)[M+현장]

‘라디오스타’ 800회 기자간담회 사진=MBC

‘라디오스타’가 편안하고 순한맛의 토크쇼로 MBC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가 익숙함 속 새로움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에서는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의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4MC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 연출 이윤화 PD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유쾌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안영미는 임신에 대해 축하를 받은 뒤 “처음에 최초 ‘라디오스타’ 여성MC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나름 책임감을 가지고 갔고, 최초의 임산부 MC가 됐다. 또 다른 책임을 가지고 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될지 이제 15주 밖에 안됐기 때문에 미래를 구체적으로 세워두진 않았다. 일반 회사처럼 육아 휴직을 주신다면 1000회가 됐든 2000회가 됐든 ‘라디오스타’에 몸 담고 싶다. 계속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라고 출산 후 출연 계획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라디오스타’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김구라는 800회까지 오게 된 비결에 대해 “토크쇼지 않냐. MC가 몇이든 어떤분의 이야기를 듣는 거는 토크쇼의 기본이다. 예전부터 음악 토크쇼를 지향해왔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같은 프로그램 같이 플랫폼은 다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큰 틀에서의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중간중간에 예전에 사실 뭔가를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토크쇼라는 포맷이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나주는 거다. 7-8년 전에는 이례적으로 일반인분들을 모셔서 방송을 하기도 했다”라며 “좀 더 핫하고 주변에 있었던 연예인이지만, 갑자기 이슈가 된 분들, 할 이야기가 있는 분들을 모셔서 이야기를 하는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올해 800회를 맞이하고, 2007년부터 방송을 하고 있다. 오래되면 익숙하고 그렇다. 16년이 됐지만 우리가 그래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프로그램을 지켜왔던 많은 PD도, 우리도 있기 때문이다. 핫한 것은 없다.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의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기둥인 큰 형님 김국진은 “‘라디오스타’가 복귀작이었다. 방송을 관두고 다시 시작한 게 ‘라디오스타’였다. 첫 친구고 신기한 친구이다. 성격은 모르겠지만 특이한 친구이다. 나는 평범한 스타일이지만, 특이한 면도 있어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한 주 한 주 시작을 했는데 벌써 800회까지 왔다. ‘벌써 800회라고?’ 이런 느낌이 있다”라며 “‘라디오스타’에 복귀하고 나서 아파서 한 주 정도 녹화를 참여하지 못했다. 병원에 있어서. 나머지는 다 참여를 한 거 보면 ‘그래도 건강하고 라디오스타도 아직 건강하구나’ 생각이 든다. 봐준 분들이 있어 ‘라디오스타’가 있어서, 매번 봐주시는 분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고마워했다.

유세윤과 안영미는 장수의 비결로 김구라와 김국지을 꼽았다. 유세윤은 “16년을 버틴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한데 안영미에게 미안하지만 김국진형과 김구라형의 몫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 김국진이라는 사람의 김국진 다운 공간, 김구라라는 사람의 김구라다운 공간이 ‘라디오스타’ 아닐까. 편안하고 예리하고 날카로운 걸 도맡아 해주시니까 그 굵은 매력이 800회까지 오게 만들어주신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안영미는 “처음에 MC가 됐다고 했을 때 해맑게 별 생각없이 했다. 한 해 한 해 녹화를 할수록 쉬운게 아니구나 하면서 ‘내가 여기서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하면서 했다. 700회, 800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꿈 같다. 그 사이에 혼인신고도 하고 임신도 하고 여러 가지 일들도 함께 겪어서 ‘라디오스타’가 우리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가족 같기도 하고”라며 “장수의 비결이 뭘까 생각했는데, 유세윤과 같은 의견이다. 두 큰 기둥이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덕분에 지금까지 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서로서로 친하지가 않다.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서로서로가 권태가 올 일이 없다. 늘 새롭다. 우리 ‘라디오스타’가 많이 순해졌다고 하는데, 장수의 비결이 그 순한맛 같기도 하도. 예전처럼 독하기만 하고 논란이 있으면 지금 시대에는 장수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게스트들도 MC들이 순해졌기 때문에 놀이터처럼 놀 수 있는 장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순한맛’을 비결로 짚었다.

‘라디오스타’ 김구라 안영미 유세윤 김국진 사진=MBC

이윤화 PD는 “예전에 조연출일 때부터 녹화를 지켜보면 날카로운 부분도 있었고, ‘저분들 왜 저러나’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연출을 맡게 되면서 달라진 사람들의 면면이 깊어진 부분들도 있다. 사실 800회 특집 녹화를 할 때 김준현이 ‘라디오스타’를 씨육수 같다고 표현했다. 좌충우돌했던 MC분들의 씨육수처럼 푹 고아진 맛을 시청자분들이 익숙하게 받아 들이면서 편안하게 받아 들이고, 나는 연출자로서 새로움을 바탕으로 한다면, 씨육수처럼 되어 있고 게스트들이 새로운 맛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그 회차의 주인공이자 새로움을 주는 재료라고 생각한다. 그런 새로움을 맛있게 끓여내는 것들을 고민하는 식으로 연출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MC진은 이미 세팅되어 있었고 엎고 싶었기도 했지만”이라고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새로 오신 분들 위주로 내가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유세윤은 기복이 심하다. ‘더 재밌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눈 뜨고 졸고 계신 거 아닐까?’를 자주는 아니고 어쩌다 그런 적이 있었다. 안영미는 현실과 방송의 어떤 경계에서 구라형과 투닥투닥하시거나 구박을 받을 때 내가 약간 짠했다.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김국진과 김구라는 다른 방송에서 못하는 걸 해주기 때문에 대본으로 정리하는 것 이상으로 던져주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김국진도 새롭게 해줄 때도 있고, 김구라가 미워할 수도 있는 형님인게 ‘어떻게 저렇게 자기 위주로 생각하지?’ 생각하지도 못한 팩트, 배경지식을 뽐내며 놀라움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김국진은 게스트와 관련해 솔직한 고백을 했다. 그는 “다카나는 ‘다나카 누구지?’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들으려고 한다. 내가 와서 제일 먼저 하는 건 ‘이 친구는 누구지? 이 친구는 왜 유명하지?’ 하면서 내가 모르는 가운데에서 아는 분들은 알지만, 모르는 분들은 왜 유명하고 화제가 됐을지 궁금하니까 많이 물어보고 그 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1명만 알고, 3명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안영미는 ‘라디오스타’의 최초의 여성 MC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힘들었던 경험을 고백했다. 안영미는 “최초의 여성 MC가 됐을 때 여성 MC라서의 강박증이나 두려움보다는 그 전에 계셨던 S오빠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비교를 많이 당하고 초반에는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워낙 재치있고 센스있는 오빠여서 ‘내가 그만큼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건 톡톡 튀고 웃겨서일 텐데 더 웃기고 튈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초반에 힘들었다. 매너리즘도, 슬럼프도 빠지고 ‘내 길이 맞나’ 이런 생각도 하고 하차도 고민했다”라며 “어느 순간 생각이 든 게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이콘택트를 하고 내가 있어서 편하다는 말씀을 해주시니까 ‘이게 내 역할이구나’ 했다. ‘많은 걸 하려고 욕심을 부렸구나’ 생각이 드니까 시상식 때 수상소감으로 말씀드렸지만, ‘친절한 광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알아서 신나게 튈 수 있게끔 내가 많이 바쳐드리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라디오스타’는 MBC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 800회를 맞아 기자간담회를 연 만큼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윤화 PD는 “새 프로그램을 만들고 하는 걸 좋아하고 갈망이 있는 편이다. 사실 내가 이렇게 어느 시점 지나서 돌아보니 언젠가 나도 웹 예능을 할 수도 있지만, 웹 예능들이 6개월, 1년 이상의 화제성을 가져가는 게 많지 않더라. 그래서 오히려 ‘라디오스타’가 돋보이는 부분이 조급함이 없어져서 MC들이 자신들을 더 돋보이게 하기보다 게스트들을 빛나게 해준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거는 토크쇼라는 게 많이 남지 않은, 타 채널에서 많던 토크쇼가 없어진 상황에서 시청자분들이 아직까지도 편한 친구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했을 때, 좋은 게스트분들이 참여해주신다면 내가 본부장님이 될 때까지 쭉 갈 수 있는 방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희망사항을 전했다.

김국진은 “위기는 계속있어 왔다. 앞으로도 있을 거다. 위기를 여러번 겪다 보니까 그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진짜 위기이다. 방송을 했던 경험으로서 이 정도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서 하는 것밖에 없었다. 상대 프로그램이 잘돼서 우리가 위기면 매번 위기일 수밖에 없다. 우리 스스로가 프로그램을 우리답게 하는 것이 위기를 좀 극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었다. 다른 쪽에 영향을 받아서 위기라면 지금도 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우리는 항상 위기인 거다. 그 프로그램도 위기인 거다. 우리는 우리답게 걸어왔던 것이 그것들을 다 극복할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안정됐다. 큰일났다’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앞으로 모시고 싶은 게스트에 대해 이윤화 PD는 “이렇게 말해서 섭외된 적이 없는데, 이렇게 말했는데 출연해주면 진짜 멋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손석구, 김혜수, 아이유를 모시고 싶다”라고 답했다.

MC들은 기억에 남는 게스트를 꼽았다. 김국진은 “그 많은 분들 중에서 솔비가 기억에 남는다. ‘저 친구가 정말 로마에 처음 갔는데 성이나 이런 것들이 자기한테 낯설지 않다’라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부터 웃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로마 공주 이야기할 때 재밌게 웃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구라는 ‘몇 년뒤면 복덕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배우 최민수, 유세윤은 짠한 이야기였는데 너무 웃겼던 배우 김인권, 안영미는 god 박준형이라고 답하며 “욕만 하다 간 사람이다. 본연의 모습,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방송하는 사람도 있구나, 나를 좀 더 내려놔야겠다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최근 출연했단 배우 권상우를 언급하며 “배우로서가 아니라 내가 이 사람들을 재밌게 해줘야겠다 작정한 것처럼 편하게 다 내려놓았다”라고 칭찬했다.

이윤화 PD는 “‘라디오스타’에서 좋아하는 게스트는 자기 세계의 색이 확실한 사람들을 좋아한다. 류승수 같은 경우도 방송을 하던 상황은 아닌데 정말 끈질기게 말씀드리고, 간곡하게 부탁해서 설득을 할 수 있던 이유가 자기의 세계가 있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궁금함이 있는 분들을 꼽고 같거나 비슷한 분들로 기획하고, 너무 심오하기만 하기보다 반대분들도 모셔서 다른 면모를 빛내주시고. 류승수를 데려왔다면 김호영을 데려오듯 극 I인 분을 보시면 E인 분을 데려오는 방식이다”라고 게스트 콘셉트에 대해 설명했다.

김국진은 ‘라디오스타’를 통해 발굴해낸 스타로 박나래를 지목했다. 그는 “박나래가 다른 프로그램들은 출연하기 애매한 조건이었다. 여러 가지 말하는 스타일이라든지 등에서. ‘라디오스타’는 당시 박나래를 품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라디오스타’를 통해 화제가 됐다. 대상까지 받는 과정을 보면서 나 또한 뿌듯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윤화 PD는 “거쳐간 게스트가 1434명이라더라. 내가 생각한 숫자보다는 작은 숫자지만, 마음을 열고 ‘라디오스타’를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주시는 분들이 좀 더 많아지시면 좋겠다”라고, 김국진은 “‘라디오스타’ 800회를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라고 인사했다. 김구라는 “이경규가 800회 방송에 나온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해 기대를 높였다.

[상암동(서울)=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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