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회? 천수 다 누렸다"…'라디오스타', 위기 딛고 걸어온 길 [종합]
김국진·김구라 두 기둥과 함께 구성된 색채 다른 4MC
각자 밝힌 장수 비결과 기억 남는 게스트는?
많은 토크쇼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가운데 '라디오스타'는 편안한 친구처럼 시청자들 곁에 남았다. 화기애애한 MC들과 그 안에서 뛰노는 게스트들의 활약 덕분이다. 김구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라디오스타'는 '복덕방' 같은 아우라를 풍긴다. 편안하게 또 소담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18일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와 연출 이윤화 PD가 참석했다. '라디오스타'는 지상파 최장수 토크쇼로 15년간 수많은 화제 인물들의 명장면들을 배출하며 수요 예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했다. 수차례의 위기론과 MC교체를 딛고 지금의 명성을 이뤄냈다. 이날 동석한 예능 본부장은 "'라디오스타' 2000회까지 길게 가고 싶다"면서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국진에 따르면 '라디오스타'는 매 순간 위기를 맞이했다. 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조용히 정체성을 유지하고 길을 걸어온 것이 '라디오스타'의 장수 비결이다. 김구라는 "진짜 위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매번 같은 형태에서 토크쇼라는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윤종신이 '이제 재미없다'고 밝히면서 '라디오스타'를 떠났다. 우리의 위기는 우리가 재미없다고 느낄 때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었다"고 자부심을 뚜렷하게 발산했다.
연출을 맡은 이윤화 PD는 "김준현이 800회 특집을 '족발 육수'라고 비유하더라. 시청자들이 익숙하고 또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게스트들이 새로움을 준다면 맛있게 끓여 내는 것을 고민하면서 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라디오스타' 도중에 합류하게 됐던 만큼 지금 라인업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윤화 PD는 "유세윤은 기복이 심하다. 재밌게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안영미는 현실과 방송의 경계에서 구박을 받으실 때마다 짠하다. 김구라와 김국진은 워낙 한 캐릭터로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라고 말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김구라의 수상소감이 화두에 올랐다. 김구라는 당시 무대에 올라 "'라디오스타'는 16년째 하는, 노포 같은 프로그램이다. '라디오스타'가 예전만큼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PD는 해당 발언을 두고 제작진이 적잖은 서운함이 들었다고 밝혔고 김구라는 "노포가 핫하다"고 수습했다.
김구라 역시 '라디오스타'가 장수 예능이 될 줄 몰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900회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데뷔한 지 30년이 되며 여러 소회를 느끼고 있다. '라디오스타'서 독설을 한 지도 16년이 됐다. 제 캐릭터를 잘 살려주셨고 시대와 잘 맞았다. 절대적 연기자, 절대적 방송은 없으며 금방 메꿔진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것이 이치다. '라디오스타'는 천수를 다 누렸다"고 특유의 독설을 뱉었다.
뒤이어 각 MC들은 장수 비결에 대해 소신을 드러냈다. 김구라는 "토크쇼에서는 MC들이 출연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기본이다. 여러 프로그램처럼 플랫폼은 다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큰 틀이다. 예전에 의욕적으로 뭔가 시도하려고 했지만 토크쇼라는 포맷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7, 8년 전에는 이례적으로 비연예인을 부르기도 했다. 핫하고 이슈가 있는 연예인을 불러서 저희 색깔대로 토크하는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800회를 맞이하는 소감으로는 "2007년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오래되면 익숙하다. 이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맏형인 김국진은 "방송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 '라디오스타'다. 첫 친구이자 특이한 친구다. 저는 굉장히 평범하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벌써 800회까지 왔다. 딱 한 주 참여하지 못했다. 저도 '라디오스타'도 아직 건강한 것 같다. 매번 시청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녹화 비하인드로 출연진의 절반은 모른다면서 "제가 궁금해서 출연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어떨 때는 네 명 중 세 명을 모를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스트를 묻자 김국진은 "솔비가 기억에 남는다. 로마 공주라는 말을 할 때부터 제가 웃기 시작했다", 김구라는 "최민수가 니들 몇년 있으면 복덕방 되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출연자들이 우리를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하지만 한가로운 분위기를 만들면 안되겠다고 느꼈다"고 떠올렸다.
'라디오스타'에 가장 늦게 합류한 안영미는 "서로 친하지 않아 권태가 올 일이 없이 늘 새롭다. 지금 '라디오스타'가 많이 순해졌다고들 한다. 장수의 이유는 순한 맛이 아닐까. 독하고 논란이 있었다면 지금 시대에는 장수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더욱 편하게 놀 수 있는 장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개인으로서의 적응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유세윤은 "16년을 버틴 원동력이라면 국진이형과 구라형의 몫이 컸다"고 말을 보탰다.
안영미는 전 MC였던 신정환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그가 너무나 강렬해서 부담스러웠다.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힘들었다. 매너리즘, 슬럼프에도 빠졌다. 잘리기 전에 내가 나갈까 싶기도 했다. 어느 순간 선배님들을 보면서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됐다. 제가 있어서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욕심을 부렸다는 걸 알면서 조금씩 내려놓았다. 친절한 광대가 되어야겠다. 내가 많이 출연자들을 받치자는 생각을 하면서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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