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 끝나니 경기 침체"…설 특수 대신 한파 닥친 전통시장

김예원 기자 2023. 1. 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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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잘된다고 보긴 힘들죠."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당근 껍질을 벗기며 장사 준비를 하던 70대 김모씨는 설 장사가 좀 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식품 도매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유모씨는 "단골들도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이번엔 직원들 줄 선물도 많이 사지 않았다. 좀 전에도 한 사장님이 직원에게 김이라도 돌릴까 고민하다 그냥 가셨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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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한 명절문화 영향, 손님 발길 '뚝'
늘어난 외국인 방문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어렵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전을 정돈하는 모습. ⓒ 뉴스1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장사가 잘된다고 보긴 힘들죠."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당근 껍질을 벗기며 장사 준비를 하던 70대 김모씨는 설 장사가 좀 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경기침체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심화된데다 간소하게 명절을 지내는 가족이 늘어나면서 손님 발길이 줄었다.

김씨는 "요새 제사 챙기는 집이 많이 줄었다. 상을 차린다 해도 제기에 올릴 정도만 사기 때문에 설이라고 매출이 느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시장 중앙 골목에서 꼬치전을 부치던 60대 박모씨도 주문량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고 했다.

박씨는 "설이라고 부산, 양주까지 택배 주문이 조금씩 들어오지만 물량은 갈수록 줄어든다"며 "제사상을 차려도 음식을 최소화하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체감상 지난 추석보다 더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저번 추석엔 단체 선물을 30세트 이상 준비했지만 이번엔 문의도 없다. 경기침체가 온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식품 도매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유모씨는 "단골들도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이번엔 직원들 줄 선물도 많이 사지 않았다. 좀 전에도 한 사장님이 직원에게 김이라도 돌릴까 고민하다 그냥 가셨다"며 한숨을 쉬었다.

홍삼 세트 등 명절 전용 선물 판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가게 안에 40여 개의 건강식품 세트를 쌓아둔 70대 최모씨에게 이번 설 관련 매출을 묻자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거의 안 나갔다고 보면 된다"며 손을 내저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모습. ⓒ 뉴스1 김예원 기자

시장 골목엔 방수 천막을 덮어둔 채 폐업을 써 붙인 가게도 곳곳에 보였다. 광장시장 상인 총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이어 경기도 침체하면서 폐업 가게가 지난해 확 늘었다. 광장시장은 단골도 많고 외국인도 많이 찾아 버티는 가게가 많지만, 소규모 시장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자영업자는 563만 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808만9000명 중 20.1%에 그쳤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후 최저치다.

폐업 등 영향에 자영업자 수가 줄었다는 의미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희망리턴패키지의 일환으로 지급하는 점포철거지원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59억4900만원이 지급되며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고금리로 대출이자의 증가, 가스 및 전기료 인상 등 여러 악재가 지속되면 설 특수도 누리지 못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부 점포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물건을 찾는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 후 관광객 유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복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어제만 해도 베트남 관광객들이 SNS로 라이브 방송을 켜 한복을 100장 넘게 사갔다"며 "아이들 수가 줄면서 자연 감소한 명절 한복 판매량을 외국인이 채워줘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창한 영어로 호객하던 50대 이모씨는 "원래 굴비 전문 판매점을 운영했지만 외국인 상대로 김 등 식료품 판매도 시작했다"며 "명절 굴비 주문은 예전에 비하면 10분의 1로 줄었다. 이전처럼 명절만 노려서는 장사를 유지할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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