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시한 하루 앞둔 오세훈-전장연…끝까지 ‘힘 겨루기’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마지막 면담 제안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양측의 만남이 불발됐다. 면담 일정과 방식을 두고 5차례나 진행된 협의에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이 예정대로 오는 20일부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할 경우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전장연이 18일 서울시에 단독 면담을 재차 요구하며 시가 제안한 면담 방식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마지막으로 통보한 비공개 합동면담이 문제 해결을 위한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단독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가 합동 면담의 근거로 든 탈시설 찬반 여론에 대해서는 탈시설을 권고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할 것을 요구했다.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두고 시와 갈등을 빚던 전장연은 지난 4일 서울교통공사에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고, 같은 날 오 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화답하면서 면담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5차례에 걸쳐 면담 일정과 방식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시는 전날 전장연 측에 오는 19일 오 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제안했다. 다만 시는 단독 면담이 아닌 다른 장애인 단체가 함께하는 합동 면담을 제안하며, '마지막 요청'이라고 못박았다.
전장연은 면담 성사의 조건으로 다른 장애인단체를 배제한 단독 면담과 면담 자리에 장애인 이동권 예산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과장급 이상 관료가 배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초 오 시장과의 일대일 만남을 요청해 왔고, 지난 9일 오 시장이 장애인 관련 단체장 9명을 이미 만났으므로, 전장연과의 면담 또한 단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장애인 권리예상 반영이 기재부 소관인 만큼 기재부 관계자가 면담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특정 단체만의 의견 수렴으로는 애로사항 청취와 실효적인 정책 적용에 한계가 있고 타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단체도 참석한 자리에서 전장연이 주장하고자 하는 '장애인 권리예산'과 관련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시와 전장연 간의 냉각기가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장연은 지난 4일 서울교통공사 측 제안에 따라 오는 19일까지 냉각기를 가지기로 하고,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하지 않고 역사내 시민 선전전만을 진행해왔다.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일부터 시위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오는 20일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를 맞아 서울시장 면담 결과에 따라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할 예정"이라며 "이(1월 2∼3일)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게 인권위가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평화적 행동을 폭력적·반인권적으로 대하는 공권력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전장연은 이날 앞서 시가 경찰을 동원해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폭력적으로 저지·탄압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적 다툼도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법원은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둘러싼 양측의 법적 분쟁에 '공사가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전장연은 조정안을 수용했지만 시가 받아들이지 않자 법원은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않고, 이를 위반할 시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한다'라는 내용의 2차 조정안을 내면서 '지하철 5분 초과'라는 지연시간 조건 문구를 삭제했다. 이에 전장연은 "시장의 관치가 법치를 흔들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할 경우 시 또한 기존과 같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올초에 있었던 서울교통공사·경찰과 전장연의 대치가 또 다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선 전장연과 이를 막아선 서울교통공사·경찰 간의 대치가 13시간 만에 마무리된 바 있다. 전장연은 열차 운행 지연이 5분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탑승을 시도했지만, 서울교통공사·경찰은 출입문마다 인력을 배치해 휠체어에 탄 활동가들을 방패 등으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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