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적' 대통령 발언 비판한 방송 뉴스… 유독 TV조선은 달랐다
방송사들 메인뉴스에서 리포트 2~3건씩 할애 문제점 집중 조명
'양국 교역국인데 적?' '우리와는? 테헤란로는 뭐냐'
TV조선 연합뉴스TV는 윤 대통령 '이란 적' 발언 육성도 안 내보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중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이 이란'이라고 언급해 외교적 파문을 낳자 MBC JTBC 등 주요 지상파와 종편 등은 저녁 메인뉴스에서 많게는 리포트 3건씩을 할애해 윤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양국이 교역국이지 적국이라고 보기 어렵고, 내정간섭으로 여길 수 있어 외교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즉석 돌발 발언으로 문제를 자초했다고 방송했다.
그러나 TV조선과 연합뉴스TV는 리포트를 하면서 정작 이 같은 발언을 한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장면조차 내보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순방 도중 현지에 주둔 중인 우리 아크부대를 찾아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입니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이란 외부무가 발끈하며 공개비판에 나섰고, 윤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쏟아졌다.
MBC는 17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데스크'에서 모두 3건의 리포트를 쏟아내며 윤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MBC는 '이란 “외교적으로 부적절”'(온라인 기사 제목 : '발끈한 이란 “외교적으로 부적절‥심각하게 지켜본다”')라는 뉴스에서 “이란 정부가 페르시아만 국가들간의 역사적 우호관계 등에 대해 전혀 모르는 발언이라며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해당 발언을 '못마땅한 간섭'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전했다.
MBC는 “이란과 UAE는 각각 시아파와 수니파로 종교가 다르고, 영토 분쟁도 겪고 있지만 서로를 적으로 규정할 만큼 적대적인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며 “2016년 UAE가 외교 관계를 공사급으로 낮춘 적이 있지만, 이란과 직접 충돌한 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MBC는 “UAE는 이후에도 꾸준히 이란과의 관계에 공을 들여왔다”며 “작년 8월에는 UAE가 6년 만에 이란에 대사를 파견하는 등 양국의 관계는 무르익는 와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MBC는 정치권 반응, 한국과의 교류에 대한 리포트도 내보냈다. MBC는 60년 간의 한·이란 교류를 두고 “한국은 서울 강남 중심가를 '테헤란로'로 이름붙였고 테헤란에도 '서울로'가 있다”며 “이란은 (히잡시위 진압에 대한 비난 등을) 서방의 간섭으로 보는 만큼 윤 대통령의 발언도 내정간섭이라고 민감히 봤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MBC는 “이란이 우리에겐 중동 외교의 핵심이란 건 부정하기 힘들다”고 방송했다.
KBS도 뉴스9에서 2건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는 '“심각하게 지켜봐” … “관계 변함없어”'에서 “이란이 아랍에미리트 등 페르시아만 국가들 사이에 진행되는 긍정적 관계 개선을 전적으로 모르는 발언이라고 했다”고 전했고, 이어 신지혜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서로를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온 건 맞지만, 그렇다고 딱 잘라서 '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고 윤 대통령 발언에 반박했다. 신 기자는 “이란은 종파도 다른데다 핵 개발도 시도하고 있어 UAE 입장에선 부담스러운게 사실이고, 영토 분쟁도 있었다”면서도 “실용외교 성향이 강한 UAE가 이란에 앞장서 손을 내미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이란에 6년 만에 다시 대사를 파견하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고 지적했다.('UAE-이란, 어떤 관계'(온라인 기사제목 : '대통령 '이란 발언' 후폭풍…외교적 영향은?'))
종편 중에서는 JTBC가 관련 보도를 3건을 내보내 가장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 발언 문제를 조명했다. JTBC는 특히 저녁메인뉴스 뉴스룸의 'UAE도 우리도 이란 교역국'(온라인 기사제목 : '교역국인데 '적'?… 한국-이란-UAE 관계로 본 '발언 논란'')이라는 리포트에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이 이란'이라고 했지만, 일단 이란은 아랍에미리트의 주요 교역국”이라며 “우리도 이란의 주요 교역국이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우리 정부 공식자료를 봐도, 외교부가 “이란은 UAE의 주요 교역 파트너이자 최대 재수출 시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JTBC는 “대통령의 발언은 수교 60년 된 이란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 자초했단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JTBC는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갈 때마다 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JTBC는 '툭하면 불거진 순방 논란'(온라인 기사 제목 : '또 불거진 '순방 리스크'…해외 나갈 때마다 일정·발언 논란')에서 “논란이 된 대통령의 발언은 사전에 준비했다기보다는 현장에서, 즉석에서 꺼낸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설 때면 크고 작은 논란이 있어 왔는데, 돌발적인 게 많았다”고 지적했다. JTBC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즉석에서 꺼낸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한마디 한마디가 정교해야 할 해외순방 무대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외교적 파장을 일으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JTBC는 “역대 정부에선 대통령 해외 순방을 지지율 상승의 호재로 여겼지만 현 정부 들어선 유독 논란이 많다”고 강조했다.
SBS는 8뉴스 한꼭지만 방송했으나 '이란 해명 요구…외교부 진화 진땀'(온라인 제목 : '윤 대통령 발언에 해명 요구한 이란…외교부 진화 '진땀'')에서 이란 국영TV는 이란 정부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맹비난했다고 평가한 소식을 전하면서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가 “우리가 이란과 관계가 상당히 나빠졌다, 이란 쪽에 우호적인 신호를 계속 보냈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들이 없었다”고 지적한 전문가 육성을 내보냈다.
YTN도 저녁 메인뉴스 '뉴스나이트'에서 해당 뉴스 2건을 방송했다.
이에 반해 일부 종편 방송은 윤 대통령 발언 논란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 나타나 차이를 보였다. 특히 TV조선은 문제가 된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내보지 않았다. TV조선은 '뉴스9'의 '야 “대통령 입이 리스크”↔여 “표현의 문제”'에서 앵커가 “보신 것처럼 이번 순방은 성과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군사협력 차원에서 파견된 현지 우리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을 '아랍에미리트의 적' 이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고 소개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 영상은 일절 내보내지 않았다. TV조선은 여야 공방으로 리포트를 구성하면서도 2분3초짜리 리포트에 37초 가량을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윤 대통령 발언 두둔 주장과 정부 해명에 할애하는 등 여당측 주장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연합뉴스TV도 저녁메인뉴스 '뉴스리뷰'의 관련 리포트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말하는 장면은 내보내지 않고, 기자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대신 전달하는 방식으로 방송했다.
MBN은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7'에서 윤 대통령 발언 논란을 18번째 뉴스로 배치해 한참이 지난 뒤에야 뉴스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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