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봉현, 도피에 10년전 지인 동원"…조력자 3명 추가기소
기사내용 요약
이권·현금 대가로 포섭…차 두대 연달아 갈아타고 동탄 지인 집에 숨어
'지인 후배' 명의로 화성 동탄 은신처 현금 내고 빌려…도보 이동해 은신
檢, '브레이크등 고장 까만 자동차' 조카 진술 확보 뒤 인터넷·통화 추적
지난달 29일 안방 드레스룸 숨어있다 붙잡혀…은닉한 현금은 발견 안 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1000억대 횡령 혐의 재판을 앞두고 달아났다가 붙잡힌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10여년 전에 만났던 지인들까지 동원해 도피 계획을 짠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차량 두 대를 바꿔타고 은신처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등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행보로 추적을 따돌리려 노력했지만 조카 진술을 토대로 검찰 수사팀이 조력자들을 잇따라 검거하면서 결국 덜미를 잡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18일 김 전 회장의 친구 A(49)씨, 과거 지인 B(60)씨와 A씨의 사회 후배인 C(37)씨 등 3명을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스타모빌리티, 수원여객 등과 관련해 130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던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11일 재판을 앞두고 달아나 은신한 과정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와 B씨는 10여년 전 연락이 두절됐던 김 전 회장을 지난해 10월께 우연히 다시 만난 뒤 몇 차례 만남을 가졌다.
김 전 회장은 검찰 구형(결심 공판)이 임박하자 지난달 8일 재판부 기피신청을 한 뒤 다음날인 9일 이들에게 도피 의사를 내비쳤고, 재판부 기피신청이 기각된 10일 사설 토토·카지노운영 이권과 현금 제공을 대가로 이들을 포섭해 도피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11일 오후 1시께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에서 조카 김모(33)씨 차량에서 전자팔찌를 절단했고, 곧바로 근처에 있던 B씨의 차량으로 갈아타고 경기 화성시 향남읍 부근 논길까지 가서 A씨의 형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바꿔탔다.
이어 경기 오산 궐동 부근 사우나에서 C씨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또다시 갈아탄 뒤 경기 화성 동탄에 위치한 그의 집에 가서 이틀 간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C씨가 김 전 회장의 은신처로 자신과 같은 단지에 있던 동탄 아파트를 다음날인 12일 본인 명의로 빌렸다고 한다. 보증금 2000만원과 월세 160만원의 임차료는 A씨가 지인에게 빌린 현금으로 낸 것으로 파악됐다.
C씨 집에 머물던 김 전 회장은 같은 달 13일 새벽께 은신처로 마련된 아파트로 혼자 걸어서 들어간 뒤 C씨로부터 생필품, 휴대전화, 와이파이 공유기 등을 제공받으며 지난달 29일 잡힐 때까지 은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팀은 조카 김씨가 도주 당일 김 전 회장의 하차 장소를 '여의도 인근'으로 허위 진술해 초기 추적에 난항을 겪었지만, 김 전 회장 이동 경로상의 폐쇄회로(CC)TV와 통신내역, 관련자들의 인터넷 검색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해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8일 구속된 조카로부터 '김 전 회장이 도주 직전 한쪽 브레이크등이 고장난 검정색 승용차와 몇 차례 접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게 결정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수사팀은 CCTV 분석으로 차종을 특정하고, 김 전 회장이 언급했다는 '식당·지명'을 토대로 인터넷 검색 기록을 전수조사한 끝에 지난달 28일 B씨를 체포했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도 29일 오후에 자수했다.
이어 같은날 오후 3시57분께 김 전 회장을 화성 동탄 아파트 은신처에서 도주 48일 만에 검거했다. 당시 안방 드레스룸에 숨어있던 김 전 회장은 수사팀이 아파트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자 베란다 방충망을 몸으로 뚫고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혔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검거된 뒤 이뤄진 검찰 수사에서 "10여년 전 연락이 두절된 지인들이 도피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이대로 숨어 있으면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은신처에서 도피하는데 쓴 현금은 발견되지 않았고, 지인들을 통해 김 전 회장이 밀항을 시도한 정황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부연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도주 이후 조카의 허위 진술, 가족들의 도피 조력 등으로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과학수사기법을 총동원하고 철야 잠복 등 현장수사를 병행하는 등 끈질기게 수사해 도피 48일 만에 김 전 회장을 검거하고 도주조력자를 엄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하고, 범죄수익 774억3540만원에 대한 추징 명령을 요청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내달 9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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