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뽑아서 ‘쭉쭉’…달 개척 앞당길 파이프 정체

이정호 기자 2023. 1. 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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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남극서 뽑은 산소, 월면 기지에 싸고 빠르게 공급
5㎞ 구축 1차 목표…달 토양 속 알루미늄 활용 예정
달 남극에서 뽑아낸 산소를 월면 곳곳의 상주기지로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의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이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 결정을 내렸다. NASA 제공

인간을 달에 정착시키는 데 필수적인 물질인 산소를 여러 곳의 월면 상주기지에 신속히 다량 보급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산소 운반용 파이프라인을 달 표면에 까는 것이다. 이 기술이 현실이 되면 상주기지 건설을 비롯한 달 개척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미국시간) 과학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은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이 달 남극에서 뽑아낸 산소를 미래에 건설될 다수의 월면 기지로 운반하는 연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월면에 지구의 송유관을 닮은 산소 운반용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NASA가 우주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선도적인 아이디어에 자금을 주는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산소는 인간의 호흡은 물론 화학연료를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 로켓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달에서 인간이 사는 기지를 지으려면 반드시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은 달 기지를 거점으로 월면에서 광물자원을 캐내기 위한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한국과 영국, 일본을 포함해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 등 다른 국가들도 앞다퉈 월면에 인간이 상주하는 기지를 짓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달에서 필요한 산소를 지구에서 로켓을 쏴 운반하는 일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고도 수백㎞에 불과한 지구 저궤도에 물체를 올리는 데에도 1㎏당 로켓 발사 비용이 보통 1000만원 이상 필요하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인 38만㎞까지는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각국은 달 남극에 주목하고 있다. 달 남극에는 지형적인 영향 때문에 영원히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있는데, 이곳에 얼음 상태의 물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에서 산소를 추출해 활용하면 지구에서 산소를 공수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산소의 운반 방법이다. 최근까지 NASA는 저장고를 탑재한 자동차, 즉 탱크로리에 산소를 담은 뒤 달 남극에서 월면 곳곳의 기지로 수송하는 게 최선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월면에서 탱크로리를 운행할 때마다 전기 등 에너지를 수시로 써야 한다. 한번에 옮길 수 있는 산소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NASA는 이번에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달 남극에서 뽑아낸 산소를 월면에 파이프라인을 깔아 옮기는 것이다. 지구의 송유관과 비슷한 개념이다. 탱크로리를 쓸 때보다 산소 운반 비용은 낮추고, 공급 속도는 높일 수 있다. 운영에는 전기가 사용되지만, 탱크로리를 쓸 때보다는 소모량이 적다.

NASA는 우선 길이 5㎞짜리 산소 운반용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월면 기지의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파이프라인도 연장된다. 산소 파이프라인의 소재는 달 토양에 있는 알루미늄이 주로 활용된다. 철과 마그네슘도 쓰일 수 있다고 NASA는 설명했다.

산소 파이프라인은 설사 결함이 생겨 누출이 일어나더라도 별다른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소가 새도 우주 공간으로 날아갈 뿐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송유관은 누출 사고가 일어나면 석유로 인해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달의 산소 운반용 파이프라인은 다르다.

NASA는 “달에 구축될 파이프라인은 10년 이상의 수명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건설과 유지·보수에는 로봇이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대전제는 남극에서 물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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