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크림 바르자 멍 커졌다?… 어린이집, CCTV 요구하자 “영상 폐기”

어린이집, 학대 정황에도 거짓말
경찰, CCTV 제출 받아 포렌식 수사

경기 안산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아동의 가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 /네이트판

경기 안산시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안산시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오후 1시쯤 안산시 단원구 소재 자신이 일하는 어린이집에서 만 2세 아동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고 흔드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아동 측은 사건 당일 해당 어린이집 관할 경찰서인 안산단원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피해 아동이 만 10세 미만인 점을 고려해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청으로 사건을 이관했다.

사건은 17일 피해 아동의 가족 B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와 달라”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B씨는 “두 돌 된 조카가 안산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당했다”며 어깨에 심하게 멍이 든 아이의 사진을 올렸다.

B씨에 따르면 보육교사 A씨는 피해 아동을 데리러 온 부모에게 “아이가 낮잠 시간에 심하게 자지러지게 울었다”며 “자고 일어나보니 아이 어깨에 멍이 들어서 멍크림을 발라주었는데 그로 인해 멍이 커지고 번졌다”고 말했다. 아이의 부모는 “알겠다”고 하고 집에 와서 아이의 몸을 살펴보니 멍이 심했고, 귀에서는 실핏줄도 터져 있었다고 한다.

폭행을 의심한 아동의 부모가 어린이집에 가서 CCTV를 요구하자 “지난주에 수리를 맡겨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B씨는 전했다. 경찰을 부르고 다시 CCTV를 요구하자 “CCTV 하드웨어 문제가 있어서 폐기처분 했다. 교사가 아이를 10~15분 동안 힘으로 제지했다”고 말이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어린이집 측으로부터 CCTV를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A씨는 경찰에 “(피해 아동이)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보채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분석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안산시도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시는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