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세계가 연결되면 '나'의 경계도 허물어질까

심영구 기자 2023. 1. 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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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들] 더욱 더 연결되는 사회

<예언자들>은 각 분야에서 연구 중인 KAIST 교수들이 특정 시점을 전제로 미래를 예측해 쓰는 가상의 에세이입니다. 그저 공상 수준이 아니라 현재 연구 성과와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정교하게 조율하기에, <예언자들>은 스프 구독자들에게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이상 과학이 내다보는 미래를 미리 살펴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글: 양재석 카이스트 교수)

아주 오래전 인류는 군집을 이루어 소위 사회를 만들어 생활했다. 그리고 동물을 길들이고 바퀴를 고안하여 먼 곳도 빠르게 무거운 물건을 이동시킬 수 있게 되었다. 활동 범위가 넓어진 인간은 이웃한 군집과 교류하기도 하며 전쟁을 하기도 했다. 교통수단의 발달은 다른 군집과의 교류, 소통, 갈등을 야기하며 소위 군집 간의 경계를 허물거나 확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인류의 경계 허물기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물리적인 교통 및 운송 수단을 넘어 전화와 인터넷 같은 통신 기술로 직접 이동하지 않고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되어 공간의 경계와 거리는 다시 한번 허물어졌다. 

교통과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공간적 경계 허물기와 그 영역의 확장은 널리 퍼져 사는 사람들 간에 재화와 정보가 유통되게 했다. 무역, 외교를 포함한 인간만 가진 독특한 질서와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는 인류가 보다 더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이 항상 밝은 면만 가진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은 이처럼 연결된 사회 덕분에 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전파된 결과이다. 1300년대의 유럽지역을 강타한 흑사병만 해도 유럽 남부에서 북부로 전파되는데 수년이 걸린 데 반해 코로나 19는 세계 전 지역에 수개월도 안 되어 전파되었다.  
 

더 다양하고 복잡한 연결 사회로

인류는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동하는 자동차 간의 통신을 통해 연결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물인터넷이라는 기술로 가전제품을 포함한 많은 전자 기기들이 서로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그 연결 범위가 증가하고 연결의 밀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연결”이라는 경향은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럼 50년 후 인류의 연결은 어디까지 가능할 것이며 어디까지 이뤄질 것인가?

수천 년 전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통신하는 전화와 인터넷 같은 기술은 상상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직 도래하지 않은 기술에 대한 상상은 너무 어렵다. 지금까지 과학의 발전 속도를 보았을 때 과거 인류가 수천 년간 변화 및 발전시켜 온 정도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향후 수십 년이면 충분할 지도 모른다.

따라서 5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현재까지 이뤄진 연결이 공간의 물리적 근접성의 개념을 재정의하여, 이동과 정보 전달의 측면에서 혁신을 이뤘다면, 미래의 연결은 좀 더 다른 개념들 사이의 연결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연결이 두 개의 서로 상이한 지점이 교통이나 통신을 통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라면, 현재 지구는 이동과 정보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지구촌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환경으로 통합되었다. 이제 조금 다른 성격의 연결을 상상해 보자.

최근 자주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라는 두 개의 키워드는 물리적 현실 세계와 사이버 공간의 가상 세계를 연결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교환수단으로써의 화폐는 조개껍질, 소금, 금, 은 등으로 시작해 이제는 비트코인 등의 디지털 신호로 표현되는 가상화폐가 유통되고 있으며, 이러한 디지털 화폐는 가상공간에서 뿐 아니라 실제 물리적 세상에서도 그 가치와 영향력이 막대해졌다.
 

현실과 사이버 공간 사이, '나'의 경계는 어디까지?


현실 세상과 사이버 세상의 연결에 대해 한 가지 더 상상해 보자. 만일 사람의 기억을 모두 저장하고 이를 복사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나의 기억을 다른 육체에 이식할 수 있다면, “나”의 경계는 어디까지이며 “나”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나의 육체는 사망하였으나 나의 기억이 서버에 저장되어 혹은 로봇의 형태로 재생되어 나의 가족과 친구와 같이 살 수 있다면 친구와 가족은 나를 나로 인식할 것인가? 거기에 더하여 잘 만들어진 로봇이 나의 육체와 같은 모양을 하게 되어 육안으로나 촉감으로나 완전히 동일해진다면 어떨까?

여기에 더하여, 나의 기억과 육체를 그대로 재현한 육체가 경제활동을 한다면 수익에 대한 소유권과 세금 대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 혹은 범죄를 저지른다면 형벌은 누구한테 주어져야 할지? 지금의 가치 판단 기준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조금 관점을 바꿔보자.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원작이기도 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양자인간>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아주 영리한 로봇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 작품은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었다.

이 소설에서는 창의적이고 영리한 로봇이 인간이 되고자 하고 또한 그렇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현실에서는 인간이 장기와 신체 일부 혹은 전부를 로봇 기술로 대체하여 증강인간 혹은 초 인간이 되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때 어느 수준까지의 증강 및 장기 대체를 인간으로 볼 것이며 어디부터를 로봇으로 정의할 것인가? 뇌만 나의 것이라면 인간임을 인정할 것인가? 만일 앞서 기술한 대로 뇌에 기억된 모든 기억과 정보를 복제하여 새로운 인공 뇌에 이식할 수 있어 뇌마저도 기계로 대체된다면 어떨게 될까? 
 

살아있음과 죽음 사이 사라진 경계

인간 장기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을 연장해서 생각해 보면 이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도 모호하게 만든다. 어디까지를 살아 있음으로 정의하고 어디부터를 죽음으로 정의할 것인가?

현재 뇌사와 심정지 정도로 죽음을 논했다면, 미래의 죽음은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정의가 필요해질 것이다. 요약하면, ‘나’의 정의 및 경계, 인간과 로봇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를 포함한 많은 경계가 사라지는 미래가 예견된다. 이러한 일들이 현실이 되는 세계는 현재의 도덕, 윤리, 법률, 체제로 통제하거나 운용될 수 없는 수많은 새로운 상황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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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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