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대립각 세운 나경원, 지지율 '뚝' 급락세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의 당심 지지도가 하락세로 전환됐다. 윤석열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운 여파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하는 나 전 의원에 지지자들이 돌아섰다는 관측이다. 설연휴 직전까지 이같은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나 전 의원이 출마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18일 종합결과,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한 13일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전 의원의 압도적 1위 기세가 꺾였다. 2위였던 윤심후보 김기현 의원이 1위로 부상하면서 특정 여론조사에선 오차범위 밖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당 지지층 397명에게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 김 의원은 35.5%로 1위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3주 전 조사 대비 20.3%포인트 급등했고, 심지어 나 전 의원과의 지지도 비교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차이를 보였다.
당권 도전을 두고 친윤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21.6%로 2위에 머물렀다. 안철수 의원은 19.9%로 3위, 유승민 전 의원은 7.4% 등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 정치이념성향을 '보수층'이라고 응답한 23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김 의원이 36.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나경원 21.9%, 안철수 18.9%순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2%)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1위와 2위가 바뀐 결과가 나왔다.
뉴스핌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이틀 간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의힘 지지층 430명에게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적합한 인물을 물은 결과, 김기현 의원이 35%로 1위를 기록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3.3%로 2위, 안철수 의원은 18%로 3위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7%포인트, 응답률은 2.8%)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브리씨앤알'이 폴리뉴스와 에브리뉴스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중 국민의힘 지지층 417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 의원이 29.2%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나 전 의원이 23.5%, 안 의원이 22.6% 순이었다. 지난해 12월23~24일 이틀간 진행된 직전 조사에서 13.4%를 보였던 김 의원의 지지율은 무려 두 배 이상인 15.8%포인트 올랐으며, 3위인 안 의원 지지율도 13.8%에서 22.6%로 8.8%포인트 올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여론조사들 간 규모와 기간은 차이가 나지만 13일 윤 대통령의 해임 직후 1위와 2위가 바뀐 것이다.
현재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의 갈등은 극에 달한 상태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을 사임하자 대통령실은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대사직까지 모두 해임조치하며 불만을 드러낸 상태다.
친윤계 의원들은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 제2의 배신자'로 규정하고 비난을 퍼부었고, 나 전 의원 역시 친윤계 장제원 의원등을 겨냥해 '제2의 진박 감별사'라고 맞받아쳤다.
갈등은 나 전 의원이 17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해임된 것을 두고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며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확전됐다.
그러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임명된 뒤 처음으로 본인 명의의 공지를 통해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의 발언은 진의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부족해 참모들의 손에 놀아난다'는 식으로 대통령실에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김 비서실장이 직접 나선 이유다.
나경원 측은 초반 1, 2위가 바뀐 여론조사와 관련해 여론조사 신뢰성을 지적하며 애써 무시하려했으나, 연이어 나온 다른기관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나 전 의원 측은 향후 나올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 100%로 치뤄지기 때문에 당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수도권과 20~40세대 당원들이 많이 유입됐다고 하지만 정권초기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당대표 후보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친윤계 의원들은 당원들 상당수가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당대표가 들어선다면 차기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거란 판단을 할거란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최고점에 이르면서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지지층 일부가 김 의원에게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의 지지도가 계속 하락할 경우 전당대회 출마 자체를 안할 수도 있단 일각의 예측이 나오지만,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나 전 의원이 여전히 2위를 지키는 것을 두고 '실제 전당대회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나 전 의원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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