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연상호 감독 "故강수연의 고전적 연기에 힘입어 시도한 멜로 장르의 도전" [인터뷰M]
인류가 내전에 돌입한 22세기라는 배경 속에 전설적인 전투 용병의 뇌를 복제해 전투 A.I.를 개발한다는 신선한 설정의 SF 영화 '정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염력'의 제작을 끝내고 나서 '정이'의 초고를 썼다는 연상호 감독은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정이'는 꽤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이었다. 생각한 대로 제작비가 들어가는 작품을 만들려면 종합 엔터테인컨트적인 요소도 필요했는데 '정이'는 성격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식으로 만들려고 여러 번 작업을 했고, 다시 쓰다 보니 첫 느낌이 남지 않아 그냥 폴더 속에 넣어놨었다. 그러다 '지옥'을 하는 중 쉬는 날 다시 폴더를 뒤적이다 보니 '정이'가 다시 떠올랐고, 이걸 만약 한다면 누가 좋을지 생각해 보니 강수연이 생각났다. 그가 SF 장르에서 고전적인 멜로를 보여주는 게 너무 재미있고 콘셉추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넷플릭스에게 이 이야기를 했고, 의외로 해보자는 이야기를 해서 그때부터 구체화시켰다."라며 '정이'가 탄생하기까지의 오랜 과정을 회상했다.
눈물을 흘리며 볼 수 있는, 흔히 이야기하는 '신파 영화'인 고전적 멜로 형식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연상호 감독은 "어릴 때부터 팬이었던 강수연이 '윤서현'을 맡는다면 그의 고전적이고 우아한 톤의 연기가 영화와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 이 이야기는 아이콘으로만 소비된 영웅 '정이'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의 딸인 '윤서현'을 통해 아이콘으로 부여받은 걸 탈피하는 이야기다. '윤서현'은 자신의 엄마에게서 모성을 제거해 새로운 인물로 해방을 시켜주는 것. 그게 재미있을 거 같아 강수연에게 제안을 했다."라며 강수연을 떠올렸던 가장 큰 이유를 밝혔다.
처음 강수연에게 캐스팅 제안은 문자로 했었다고. 구구절절하게 부산국제영화제 때 만났던 인연부터 팬이었다는 사심까지 고백해서 보냈던 문자에는 답이 없었는데 강수연은 그때 스팸문자이거나 사기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연상호 감독은 "전화로 뵙자고 하고 첫 만남에서 너무 반했다. 마치 라커 같은 느낌으로 하고 나타나셨는데 그 모습을 보니 작품 속 '윤서현'의 모습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더라. 첫 만남에서 함께 술을 한잔하고 '한번 해보자'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때부터는 다른 배우들의 의지가 되는 선배이자 영화를 책임지는 배우로서 단단하게 연기를 해줬다. 기존의 경험과 많이 다른 현장이어서 낯설었을 텐데 내색 없이 어른으로서 현장을 잘 지탱해 주셨다."라며 강수연과의 촬영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의 이야기가 강수연 본인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고백을 했다. 그는 "촬영 중에 강수연이 자신이 4살에 데뷔해 어린 나이부터 배우로 인생을 시작해서 평범한 어린 시절이 없어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는 크게 마음에 두지 않고 들었는데 영화를 마치고 나니 마치 본인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해준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 그동안 작업을 통해 보여줬던 모습을 남은 여성들에게 해 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강수연이 돌아가신 뒤 제 필모의 하나를 채우는 영화가 아닌 특별한 운명 같은 영화가 되었다."라며 작품이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작품의 후시녹음까지 다 마치고 더 후반작업을 하던 중 별세한 강수연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평소에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정말 싫어하는 성격이신데, 후시녹음도 다 하고, 심지어 메이킹 인터뷰도 다 마친 후에 돌아가셨다. 보통 메이킹 인터뷰를 촬영 중에 하지 않는 편인데 '정이'는 세트가 멋있고 아까워서 사전에 따로 인터뷰를 했었다. 어쩌면 '정이'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걸 다 하시고 가신 게 평소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거 같아 신기했고, 정말 영화같이 사셨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작품의 완성도에 전혀 지장 주는 거 없이 운명같이 본인의 역할을 다 마친 강수연을 이야기했다.
강수연과 멜로 감수성을 '정이'의 핵심 키워드로 꼽은 연상호 감독에게 멜로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감정을 많이 다루는 게 멜로 감수성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은 딸 '서현'과 실존하는 지옥에 갇힌 엄마 '정이'의 관계가 감정을 불러오기 좋은 관계라 생각했고 그 감정이 영화의 출발이었다. '정이'가 지옥에 갇히게 된 건 모성이라고 하는, 한 존재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게 멜로 감정이라 생각했고, 단순히 슬프다는 것 외에도 여러 결을 품을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했다."라며 자신이 생각한 멜로의 정의를 밝혔다.
그러며 "제가 그동안 텐션, 공포, 스릴을 강조하는 작품을 많이 해왔다면 '정이'는 애초에 그런 작업이 아니었다. 감정을 강조하는 영화를 제가 한다는 게 특별한 시도다. 물론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이 결과를 만들어 냈지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해 하며 공개 날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라며 연상호식 멜로 영화를 공개하는 소감을 밝혔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정이'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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