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한 관계 개선" 강제동원 해법 논의 속도… '악재'도 줄줄이 대기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일 간 최대 갈등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정상 차원에서도 '조속한 현안 해결'과 이를 통한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메시지가 이어지며 양국 외교당국 간 협의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본의 올 상반기 주요 일정 등을 살펴봤을 때 한국 내 대일(對日)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이 마련되더라도 한일관계 개선 '동력'은 오히려 약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열린 제56회 '한일·일한협력위원회 합동회의'에 보낸 축사에서 "한일관계는 지난 몇 년간 가장 어렵고 깊은 질곡에 빠져있었으나 최근 들어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축사 내용은 한일 간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도출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또한 같은 행사에 보낸 축사를 통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우호협력 관계에 기초해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고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며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작년 9월과 11월 등 2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조속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마련을 위해 '외교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가속화해가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외교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그간 우리 정부가 검토해 온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즉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주체가 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우선 변제해주는 방안을 공개했다. 배상금 재원은 한일 양국 기업의 기부금 등으로 충당하는 게 골자다.
뒤이어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를 통해 우리 정부의 검토안에 대한 세부 이견 조율에 나섰다.
특히 우리 측에선 일본 기업들의 배상금 재원 조성 참여 보장 및 사과 등 피해자 측 요구사항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담보돼야 '최종안' 발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한일 양국 간에 배상금 재원 조성 방안이나 일본 측의 사과 문제 등을 놓고 아직 '이견'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나, "대화·협의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단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의 2월 일본 방문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매년 2월22일 시마네(島根)현 주관으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를 열어 '독도는 일본 땅'이란 억지 주장을 일삼는 점, 그리고 3월엔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에서도 일본의 거듭된 '독도 영유권' 주장과 '과거사 왜곡' 등이 예상된다는 점 등이 향후 한일관계 개선 논의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또 4월엔 '일본 군국주의 상징'으로 불리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봄 제사가 예정돼 있어 일본 정치인·각료들의 집단참배가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의 경우 예년과 마찬가지로 신사에 공물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매년 일본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유감을 표명해왔으며, 특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과 관련해선 주한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하는 걸 연례행사처럼 반복해왔다. 따라서 올해도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우리 국민이 불안해 하는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시기가 올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 또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동이 이뤄진 니가타(新潟)현 소재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재차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도 한일관계에 재차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도 꼽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놓고 일본의 충분한 '호응'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독도·과거사 문제 등의 한일 간 갈등 요소들이 다시 불거진다면 한일관계 개선을 ·추구해온 우리 정부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전문가는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등과 관련해 "한일 양국 정부가 기계적으로 대응해온 사안들"이라며 "정상들의 관계 개선 의지만 유지된다면 강제동원 해법 도출을 비롯해 양 정상의 상호 방문 등 의미 있는 조치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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