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남부지방 최악 가뭄 227일, 역대 가장 길었다

지난 17일 전남 완도군 소안도의 ‘미라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채 말라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해 남부지방에서 기상 관측 이래 49년 만에 가장 긴 가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지난해 남부지방 기상가뭄 발생일수가 227.3일로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확충된 1974년 이래 가장 길었다고 18일 밝혔다. 이전 최고 기록인 2017년 162.3일보다 65일이나 더 길다. 특히 광주·전남 지역은 281.3일로 나타났다. 전국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156.8일로 2015년(168.2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가뭄 여부나 정도를 판단할 때 기상현황과 생활·공업용수, 농업용수에 대해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기상청이 관할하는 기상가뭄은 최근 6개월 누적강수량을 토대로 산출하는 ‘표준강수지수’가 -1 이하일 때를 말한다. 보통 6개월 누적강수량이 평년 대비 약 65% 이하로 떨어지면 표준강수지수가 -1 이하로 나타난다.

남부지방 기상가뭄은 지난해 2월 하순부터 전남,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4월 중순 경북까지 확대됐다. 3월 초순과 4월 하순에 일시적으로 충북과 강원 지역에서도 기상가뭄이 발생했다. 5월 초순에는 전국으로 기상가뭄이 확대됐고, 단계도 심화됐다. 강수량이 지난 겨울철 평년 대비 14.7%, 봄철 평년 대비 62.1%로 전국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전남 완도 소안도 한 주민이 가뭄에 말라버린 배추밭에서 대형 물통에 물을 옮기고 있다. 남부지방의 극심한 가뭄으로 현재 소안도에서는 일주일 중 이틀 제한 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박종식 기자

이후 중부지방에 강수량이 집중돼 6월 하순부터 서울·경기, 강원 지역의 기상가뭄이 해소됐고, 8월 중순에는 충북, 충남 지역의 기상가뭄이 해소됐다. 하지만 남부지방은 계속 강수량이 부족해 기상가뭄이 지속됐다. 광주·전라남도의 지난해 연 강수량은 854.5㎜로 평년 대비 60.9% 수준에 그쳤다.

기상청은 “지난해 봄철 우리나라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아 전국적으로 강수량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상청은 “여름철에는 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서로 발달하고 이를 유지하면서 중부지방에서 저기압과 정체전선이 발달해 강수가 집중됐다. 반면 남부지방에는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못해 가뭄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에 다소 많은 비가 내렸지만,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앞으로 강우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의 주요 댐이 홍수기 이전에 저수위에 도달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주암댐 유역에 54㎜, 수어댐 유역에 79㎜, 동복댐 유역에 30㎜, 섬진강댐 유역에 17㎜의 비가 내렸다. 환경부는 이날 가뭄대책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남부지방 가뭄대책 이행 현황을 점검한다. 환경부는 생활·공업용수 부문의 가뭄대책을 담당한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