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결성 첫 10조 돌파에도…불안함 여전한 벤처업계(종합)
결성액 증가율, 1·2Q 늘었지만 4Q 13% 감소…3고 여파
벤처투자 빙하기에 펀드까지 주춤…"심리적 압박 커"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1·2분기 결성액은 지난해보다 늘어났지만 4분기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지 때문이다. 특히 벤처투자 ‘빙하기’인 상황에서 펀드 결성까지 주춤하자 벤처업계는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불안 요소가 숨어있다. 3고 경제위기로 인해 4분기 결성액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감소했기 때문이다. 1분기와 2분기의 벤처펀드 결성액은 각각 2조 6668억원, 1조 86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1%, 46.5% 늘었다. 하지만 3분기는 2조 6701억원으로 3.3% 증가세가 둔화했고 4분기는 3조 5307억원으로 13% 감소했다.
펀드를 결성하는 데 계획을 세우고 출자자를 모집하고 결성을 완료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의 역신장은 지난해 상반기의 불안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경제 위기 상황이 계속됐던 만큼 올해도 펀드결성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한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투자기업의 몸값이 많이 떨어진 불황기가 펀드 결성의 적기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에 결성된 펀드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투자는 유보하더라도 펀드는 열심히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펀드 결성이 실제 투자로는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라 업계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최근 투자 시장이 위축돼 있다. 돈이 돌고 안돌고를 떠나 투자시장에서 심리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며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받지 못하다 보니 기존 인력이 나가면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컬리와 같은 기업들도 결국 IPO(기업공개)를 포기하는 등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들이 많다”며 “벤처결성액이 줄어든다면 이 역시 부정적인 인식으로 감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측에서는 벤처펀드 결성이 주춤한 데 따른 우려가 있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대 최고액이 모인만큼 향후 투자 심리가 좋아지면 마중물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경기가 워낙 안 좋아 펀드 결성이나 투자에 위축 가능성이 있지만, 예상보다 많은 10조원의 펀드가 결성됐다는 것은 그래도 여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돈주머니가 상당히 확보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심리가 개선되면 많은 투자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기부는 모태펀드 출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벤처·스타트업에 벤처투자가 적시 공급될 수 있도록 벤처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민간 자생적인 벤처 생태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간 벤처모펀드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결성실적에서도 벤처투자시장은 민간자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민간자금의 벤처투자시장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순수 민간자금으로 결성된 벤처펀드의 결성액은 4조 3651억원으로 모태자펀드 결성액인 3조 8572억원을 넘어섰다.
벤처펀드의 출자자도 민간부문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민간부문 벤처펀드 출자는 2021년 대비 19.8%(1조 3245억원) 늘어난 8조 110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74.7%를 차지했다. 반면, 정책금융 출자는 2021년 대비 3.3%(937억원) 감소한 2조 7176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25.3%로 나타났다.
벤처펀드에 가장 많이 출자한 민간부문은 ‘금융기관’으로, 출자액은 2021년 대비 39.9%(6921억원) 증가한 2조 4255억원이었다. 단, 개인 출자액은 1조 2931억원으로 2021년 대비 10.6%(1532억원) 감소했다. 고금리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개인의 펀드 출자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금융 출자자 중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모태펀드는 1조 3971억원을 출자하면서 출자액으로는 역대 2번째였으나, 2021년보다는 12.6%(2015억원) 감소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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