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제1야당, 과연 尹 정부에게 마냥 좋은 일인가[한상준의 정치 인사이드]
한상준 기자 2023. 1. 18. 12:00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지하에는 오로지 ‘뱃지’들만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자들은 물론 보좌진, 국회 직원도 갈 수 없는 그 곳은 다름 아닌 건강관리실이다. 각종 운동기구가 있고, 한 편엔 목욕탕도 있다. 각종 조찬 모임과 회의 등으로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국회의원들 중엔 출근과 동시에 체력단련실로 직행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운동도 하고, 개인 정비도 하기위해서다.
보는 눈이 없고 편한 분위기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 데 모이다 보니, 이곳에서는 소속 정당과 정파를 떠나 흉금을 터놓는 솔직한 대화가 자주 이뤄진다는 게 의원들의 말이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 A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B 의원과 이곳에서 만나 나눈 대화 한 토막.
“우리 대표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B 의원)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내부에서 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A 의원)
“내려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렇지….”(B 의원)
이 대화를 전하며 A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겉으로는 ‘단일대오’를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한 것 같더라”며 “이재명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지키는 게 우리(국민의힘)에겐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매일 같이 이 대표에 대한 십자포화로 아침을 열면 된다는 의미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면 당의 미래와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복잡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야권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보여주듯이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며 “그런데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때문에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묻히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1대 1 구도’가 잘 안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가 직접 대통령과 맞서 문제점도 지적해야 하고 야당이 생각하는 국정 운영의 방향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보수 진영의 지도자라는 입지를 굳혀갔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대편에 섰다. 2015년 2·8전당대회에서 야당 대표가 된 문 전 대통령의 첫 일성(一聲)은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이었다.
이 대표도 12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폭력적인 국정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뒤이은 질의응답에서 나온 첫 질문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대표가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한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회동도 마찬가지다. 날선 반응을 면전에서 들어야 하는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은 대통령에게 달가울 리 없는 자리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에는 이 회동을 피할 결정적인 핑계가 있다. “본인의 사법적 문제부터 다 처리한 다음에 하는 게 맞다”(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것.
여기에 민주당의 또 다른 고민은 “전선(戰線)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의 말이다.
“지금 검찰의 수사를 보면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성남FC 등 이 대표 개인과 관련된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관한 것이다. 정책적인 판단이 수사 대상이 맞는지는 분명히 다퉈볼만한 이슈다. 그런데 우리가 검찰을 성토하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때문에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는 시선에 막히게 된다.”
이런 민주당의 고민은 결국 “대안 세력이자,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로 귀결된다. 다음 선거를 통해 집권 세력의 자리를 충분히 꿰찰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실제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5%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이보다 낮은 34%를 기록했다.
보는 눈이 없고 편한 분위기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 데 모이다 보니, 이곳에서는 소속 정당과 정파를 떠나 흉금을 터놓는 솔직한 대화가 자주 이뤄진다는 게 의원들의 말이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 A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B 의원과 이곳에서 만나 나눈 대화 한 토막.
“우리 대표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B 의원)
“아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내부에서 정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A 의원)
“내려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렇지….”(B 의원)
이 대화를 전하며 A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겉으로는 ‘단일대오’를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한 것 같더라”며 “이재명 대표가 계속 대표직을 지키는 게 우리(국민의힘)에겐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매일 같이 이 대표에 대한 십자포화로 아침을 열면 된다는 의미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면 당의 미래와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복잡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야권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보여주듯이 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며 “그런데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때문에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묻히고,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1대 1 구도’가 잘 안 만들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가 직접 대통령과 맞서 문제점도 지적해야 하고 야당이 생각하는 국정 운영의 방향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보수 진영의 지도자라는 입지를 굳혀갔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대편에 섰다. 2015년 2·8전당대회에서 야당 대표가 된 문 전 대통령의 첫 일성(一聲)은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이었다.
이 대표도 12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폭력적인 국정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뒤이은 질의응답에서 나온 첫 질문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대표가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한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회동도 마찬가지다. 날선 반응을 면전에서 들어야 하는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은 대통령에게 달가울 리 없는 자리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에는 이 회동을 피할 결정적인 핑계가 있다. “본인의 사법적 문제부터 다 처리한 다음에 하는 게 맞다”(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것.
여기에 민주당의 또 다른 고민은 “전선(戰線)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의 말이다.
“지금 검찰의 수사를 보면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성남FC 등 이 대표 개인과 관련된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관한 것이다. 정책적인 판단이 수사 대상이 맞는지는 분명히 다퉈볼만한 이슈다. 그런데 우리가 검찰을 성토하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 때문에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는 시선에 막히게 된다.”
이런 민주당의 고민은 결국 “대안 세력이자,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로 귀결된다. 다음 선거를 통해 집권 세력의 자리를 충분히 꿰찰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실제로 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5%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이보다 낮은 34%를 기록했다.
제1야당이 집권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여론의 지지에서 나온다. 제1야당의 주장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이 많다면, 대통령실도 무작정 야당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은 지금, 민주당은 아직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말만 ‘경청투어’일 뿐 사실상 대선 선거 운동을 다시 하는 행보를 이어간다고 과연 민심이 돌아올까. 친이(친이재명)계 의원들조차도 “이 대표가 ‘당은 당이고, ‘사법리스크’는 내 문제‘라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이유를 민주당은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적으로 봐도 제1야당이 이런 내부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건 결코 좋지 않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견제와 균형이다. 이를 위해서는국정 운영의 한 축인 야당이 정권을 견제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윤석열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국정 운영의 파트너인 민주당과건강한 경쟁을 가져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지리멸렬한 야당이 견제 능력을 상실하고, 그로 인해 여권이 폭주를 거듭하며 오만과 독선을 버리지 못한 결과를 문재인 정부를 통해 지켜봤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수도요금 650만원 날벼락…세탁기 호스 빠져 온수 1100t ‘줄줄’
- “한국은 당신 원치 않아…빅토르안, 돌아와” 러 언론 러브콜
- 뇌졸중 아내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시도한 말기암 80대
- W재단 “유엔기후변화협약 뉴스레터 통해 HOOXI 캠페인 전 세계에 소개”
- 봉툿값 100원 요구에 머리채 잡고 욕설한 50대 벌금 100만원
- ‘거인병 투병’ 농구스타 김영희 별세…향년 60세
- 송중기 ‘케이티 3년 열애’ 침묵한 이유…이혼 직후부터 사귀었나
-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 vs 갤럭시S22 시리즈 차이 한 눈에
- 北 “美 군사적 기도에 ‘핵에는 핵’ 초강력 대응할것”
- “출근 안했다” 실종 30대 여성, 저수지서 숨진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