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살다 떠나"..'정이' 연상호 감독, 故 강수연 추억 [인터뷰①]

[스타뉴스 김나연 기자]

연상호 감독이 고(故) 강수연과 추억을 회상했다.

18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의 각본,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22세기 미래에서 펼쳐지는 뇌복제 실험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의 강렬한 연기 변신, 그리고 늘 새로움과 놀라움을 선사하는 연상호 감독이 선보이는 SF 장르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정이'는 지난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고 강수연의 유작. 강수연은 극 중 전쟁 영웅인 윤정이(김현주 분)를 복제한 전투 인공지능(AI) 로봇을 만드는 회사의 연구원인 윤서현 역을 맡았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정이'의 시작점은 강수연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이맘때쯤 촬영이 끝나고, 10개월 가까이 후반 작업을 했다. 그 시기에 강수연 선배님이 돌아가시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강수연 선배님이 남한테 폐 끼치는 걸 싫어하신다. 후시 녹음하러 오셔서 코로나19가 좀 괜찮아진 상황이니까 자리를 마련하자고 한 게 마지막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후시 녹음을 다 하셨고, 또 메이킹 인터뷰를 촬영 중에 따지는 않는데 세트가 멋있고 촬영 끝나고 바로 부수는 게 아까워서 인터뷰도 사전에 땄었는데 결국 강수연 선배님은 '정이'라는 영화를 위해서 모든 걸 다 하고 가셨다. 평소에 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느낌이 들어 신기하기도 하고, 진짜 영화처럼 살다가 가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강수연과 호흡을 맞춘 데 대해 "이 영화를 책임지는 배우로서 단단하게 연기를 해줬던 것 같다. 그동안의 영화 현장과는 다른 낯선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른으로서 현장을 잘 지탱해줬다"며 "제가 느낀 건 현장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배우였다. '왜 그동안 작업을 안 하셨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을 즐기셨던 것 같고, '정이'라는 영화가 한국에서 잘 시도되지 않은 SF 영화고, 많은 도전이 있었는데 선배님이 그런 후배를 마지막으로 지지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