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보다 '클래식'이 어울리는 라그나로크X

구병규 객원기자 2023. 1. 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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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없는 캐릭터 육성, 알짜배기 콘텐츠...그래픽 퀄리티는 호불호 존재

그라비티 대표 IP '라그나로크'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바일 MMORPG가 5일 국내 출시됐다. '라그나로크X : 넥스트 제너레이션(이하 라그나로크X)'이다.

신작은 아니다. 라그나로크X는 2020년 10월 대만 출시를 시작으로 이후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해 크게 인기몰이를 한 작품이다. 국내 출시는 늦었지만, 게임성은 충분히 인정받은 작품이다 보니 기대감을 가진 유저들이 많이 보였다.

기자는 원작 라그나로크와 라그나로크 온라인 2를 재밌게 즐겼다. '차세대'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라그나로크X는 원작보다 얼마나 발전했을지 궁금했다. 오픈 날짜에 맞춰 플레이를 진행했다.

 

장르 : MMORPG



출시일 : 2023년 1월 5일



개발사 : 그라비티



플랫폼 : 모바일



 ■ 차세대 그래픽은 어디에?

로그인 화면부터 그래픽이 범상치 않다
차세대 라그나로크는 어디 갔는지 그래픽이 너무 아쉽다

기대와 다르게 로그인 화면부터 불안했다. 캐릭터를 만든 뒤 마을에 도착했을 땐 실망했다. 차세대 라그나로크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고전 감성 물씬 풍기는 탑골 그래픽이 반겼다. 

그래픽은 발전하지 않았지만 배경음악을 듣다 보니 '라그나로크 감성은 제대로 살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세대라는 타이틀보다 추억을 자극할 만한 키워드를 가지고 광고를 했으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호불호는 확실하게 갈릴만하다. 최근 모바일 후속작까지 라그나로크를 꾸준히 즐겨온 팬이나 옛 향수를 느끼기 위해 찾아온 유저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라그나로크를 처음 접하거나 신작 게임을 찾아다니는 유저라면 그래픽은 시작부터 큰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어느 시대 그래픽이냐",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더 나은데", "그냥 오리진 계속하면 되겠지?"라는 부정적인 반응과 "그래도 브금은 좋네", "그래픽은 아쉬운데 라그나로크니까 이해한다", "시스템은 꽤 괜찮은데" 등 긍정적인 반응으로 엇갈렸다.

일러스트는 그래픽과 다르게 훌륭하다

 

■ 부담 없는 육성 시스템 '엄지 척!'

베이스 레벨은 월드 레벨 상한까지 도달하면 급격하게 성장이 느려진다
사냥보다 퀘스트로 얻는 경험치가 많기 때문에 육성 부담이 덜하다

모바일 MMORPG는 바쁜 직장인을 위해 육성 시스템이 자동 사냥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기자도 플레이하면서 자리를 비울 때마다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 자동 사냥을 켜뒀다. 그러나 2시간 내내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 레벨이 금방 올랐다. 라그나로크X는 자동 사냥보다 퀘스트로 얻는 경험치가 훨씬 많았다. 레벨이 오르면서 자동으로 개방된 서브 콘텐츠 '일일 의뢰'는 하루에 최대 10개까지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대량의 경험치를 보상으로 얻는다.

월드 레벨 제한도 있다. 월드 레벨은 좌측 상단 캐릭터 이미지를 누른 뒤 베이스 레벨 옆에 있는 느낌표 버튼을 눌러 확인 가능하다. 월드 레벨이 낮으면 보너스 경험치 배율이 높기 때문에 레벨이 금방 오르지만, 월드 레벨과 같거나 높아지면 1레벨당 10%씩 획득 경험치가 떨어져 육성이 느려진다. 

수도 지하수로 2층 몬스터 '포이즌 스포아'는 잡 경험치를 3배가량 더 많이 주는 꿀 몬스터다

캐릭터 육성을 위해 오랜 시간 PC, 또는 휴대폰을 켜둬야 하는 MMORPG가 아닌 일일 숙제로 성장하는 방식이다 보니 게임을 즐기는데 부담이 없었다. 좀 더 하드하게 플레이하고 싶은 유저는 경험치가 많이 오르는 사냥터를 찾아 자동 사냥을 켜두면 스펙업에 유리하다.

라그나로크X는 장비를 장착하거나 서브 콘텐츠 개방에 필요한 '베이스 레벨'과 전직과 스킬 레벨 육성에 맞춰진 '잡(Job) 레벨'로 나눠져있다. 베이스 레벨은 월드 레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쉽게 올리기 힘들지만, 잡 레벨은 월드 레벨에 영향을 받지 않아 육성이 수월하다.

육성 시스템은 잘 만들어졌다. 급한 일이 생겨서 게임을 조금밖에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일 숙제만 진행해도 육성에 손해 보는 일이 없었다. 비효율적이지만, 시간이 여유로워서 스펙업에 관심이 간다면 자동 사냥으로 조금 더 빠르게 전직을 하는 방법도 있다. 라이트 유저와 헤비 유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 '자급자족' 파밍의 재미와 생활 콘텐츠

낮은 확률로 드롭하는 '몬스터 카드'
카드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어 육성에 크게 도움 된다

MMORPG의 꽃은 역시 파밍이다. 라그나로크X는 거래소에서 아이템을 구매 또는 판매하며 스펙업하는 맛이 쏠쏠하다. 모든 몬스터는 낮은 확률로 몬스터 카드를 드롭한다. 해당 카드들은 장비와 장신구에 장착해 강력한 옵션을 부여하는 아이템이다. 한 번 장착하면 사라지지 않고 탈착이 가능하다.

카드는 성장과 강화 시스템이 없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좋은 옵션을 가진 카드를 먹어둔다면 오래 쓸 수 있다. 구매하려는 유저는 많은 반면 드롭 확률이 낮기 때문에 무작정 매물을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몬스터를 잡아 파밍 하는 편 오히려 더 빠르게 얻을 수도 있다.

기자는 자동 사냥을 돌리던 중 포이즌 스포아 카드를 3장이나 먹었다. 낮은 레벨 몬스터 카드는 거품이 금방 빠지기 마련이다.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처분하고 장비 강화 재료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생활 콘텐츠는 '낚시', '채굴', '원예', '가공', '요리', '제작' 총 6종이 있다

장비 강화 재료는 생활 콘텐츠로 수급해야 한다. 거래소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그러나 수요가 많기 때문에 매물이 없고 가격이 높다. 그렇다고 생활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콘텐츠는 아니다. 대다수 유저가 전투와 생활을 병행하며 자급자족하고 있다.

생활은 '낚시', '채굴', '원예', '가공', '요리', '제작' 총 6종류가 있다. 제작은 상인 클래스 전용 콘텐츠다. 채굴과 낚시는 장비 강화와 연결되는 핵심 콘텐츠기 때문에 필수로 병행해야 한다.  

낚시로 채집 가능한 '조개'는 강화 재료를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코어 재료다. 낚시는 수동으로 채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루 한 번 자동 낚싯대를 퀘스트로 구할 수 있지만, 낚싯대 하나로 육성에 필요한 조개를 수급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채굴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곡괭이만 많이 사둔다면 자동 채집이 가능하다. 다만 광산이 도시와 멀리 있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곡괭이는 잡화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여유롭게 들고 가면 오랫동안 채집이 가능하니 항상 곡괭이 내구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조개'는 강화 재료 가종에 필요한 코어 재료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거래소 매물은 씨가 말랐다

 

■ 낭만이 넘치는 무기 '쉐도우 웨폰'

베이스 40레벨을 달성하면 열리는 '쉐도우 웨폰'
각성 퀘스트 조건이 어마 무시하다. 노력이 많이 들어갈 콘텐츠로 보인다

육성 게임은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라그나로크X는 서브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지만 알짜배기로만 구성됐다. 베이스 40레벨을 달성하면 개방되는 '쉐도우 웨폰' 콘텐츠는 MMORPG의 로망을 제대로 살렸다.

쉐도우 웨폰은 캐릭터가 직접 착용하는 무기가 아니다. 기존 무기에 외형을 덧씌우는 스킨이다. 무기를 개방하기 위해선 각성 퀘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쉐도우 웨폰을 보고 스퀘어에닉스에서 개발한 '파이널판타지14' 고대 무기 퀘스트가 떠올랐다.

각성 퀘스트는 총 10개가 있다. 몬스터 처치, 필드 보스 참가, 장착 무기 강화 및 재련 레벨 달성, 길드 콘텐츠 참가 등 과금보다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퀘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이널판타지14 고대 무기 제작 퀘스트와 비슷하다. 차별점이 있다면 고대 무기는 성능보다 외형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섀도우 웨폰은 성능과 외형을 모두 가진 무기라는 사실이다.

퀘스트를 진행하기 전 주의사항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쉐도우 웨폰 퀘스트는 무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취소하고 다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태까지 쌓아놓은 퀘스트 목표치는 초기화되기 때문에 다른 무기를 얻고 싶다고 퀘스트를 포기하면 낭패를 본다. 처음부터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쉐도우 웨폰은 일회성 콘텐츠가 아니다. 각성 레벨을 올려 끝까지 유저와 성장하는 장기 콘텐츠다.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에 목표를 금방 잃어버릴 가능성도 적다. MMORPG를 좋아하는 유저 입장에서 과금과 상관없이 순수 노력이 들어가는 콘텐츠는 언제든 환영이다.

 

■ '슬로 라이프'가 어울리는 게임

도감 시스템도 수집욕구를 자극한다

최적화 문제는 아쉬움이 남았다. 플레이하면서 프레임 드롭 현상을 자주 겪었다. 유저들 사이에서 말이 많이 나오는 이슈 중 하나다. 눈에 띄는 버그도 종종 보인다. 자동 이동 중 갑자기 멈추는 현상, 텍스쳐 로딩이 되지않아 NPC가 안 보이는 상황도 발생했다.

해당 문제점은 패치를 진행하면서 개선되겠지만, 얼마나 빠르게 고치느냐가 게임사의 실력이다. 국내 버전은 대만 출시 초기 버전을 가져왔다. 안정화 작업이 더 필요해 보인다. 

라그나로크X는 '슬로 라이프'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게임이다. 고전 MMORPG와 비슷한 단순한 콘텐츠를 보여주지만, 내용물은 알짜배기들로 채웠다. 유저 간 경쟁이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은 모바일 MMORPG 시장에서 경쟁을 부추기지 않고 협동과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점이 돋보였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그래픽 퀄리티는 호불호가 존재할 것 같다. 고전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아니라면 캐릭터 생성 단계에서 재미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래픽에 익숙해진다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장점

1. 사냥보다 퀘스트 비중이 더 높아서 캐릭터 육성에 부담이 적다.



2. 아이템을 파밍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 목표가 뚜렷한 알짜배기 콘텐츠들이 많다.



단점

1. 고전 감성 물씬 풍기는 그래픽은 다소 호불호가 존재한다.



2. 프레임 드롭, 서버 오류가 종종 발생한다.



3. 가이드가 친절하지 않아 정보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take950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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