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최악 ‘스페어’ 김여정

2023. 1. 18. 11: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페어(spare)는 유사시 대체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는 물품을 뜻하는데, 유럽 왕실이나 귀족 가문에서는 전통적으로 차남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였다.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아사히신문 기자는 최근 번역된 '김정은과 김여정'(한기홍 옮김·글통 간행)에서 "김여정은 북한의 톱 스페어"라며 "북한에서 김여정의 노출이 늘고 있어 일부에서는 김여정이 후계자로 지명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숙 논설위원

스페어(spare)는 유사시 대체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는 물품을 뜻하는데, 유럽 왕실이나 귀족 가문에서는 전통적으로 차남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였다. 장남은 권력을 물려받는 후계자인 반면, 차남은 장남 유고 시에 대체할 예비자란 의미에서 그렇게 불렸다. 미국 타임에 따르면, 영국 국왕이 된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다이애나 비가 장남 윌리엄에 이어 해리를 낳자 “스페어가 생겼다”고 만족해했다. 엘리자베스 여왕도 생전에 해리 왕자를 스페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해리(38)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Spare)’는 발간 1주일 만에 영국에서 40만 부, 미국 캐나다에서도 150여만 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리 왕자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형인 윌리엄 왕세자의 세 자녀 중 한 명은 나처럼 스페어가 될 것이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는 형을 경쟁자로 묘사하면서 “사랑하지만, 최대의 적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해리 왕자는 특히,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태어난 존재”라면서 자신을 그림자 같은 사람으로 묘사했다. 주인공을 위해 존재하는 부차적인 인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괴로웠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여정(35)도 김정은(39) 국무위원장의 스페어로 통한다.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 아사히신문 기자는 최근 번역된 ‘김정은과 김여정’(한기홍 옮김·글통 간행)에서 “김여정은 북한의 톱 스페어”라며 “북한에서 김여정의 노출이 늘고 있어 일부에서는 김여정이 후계자로 지명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책에는 김정일이 뇌졸중 후 2009년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할 때 “여정이가 남자라면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영국의 스페어 해리가 영국 군주제를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왕실의 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폭로자라면, 북한의 스페어 김여정은 김정은을 옹위하며 대남 악담을 퍼붓는 대변인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나아가 해리 왕자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 표현처럼 “복수심에 가득 찬 엄마의 망령에 사로잡힌 밀레니엄 햄릿”처럼 행동하며 가십거리를 뿌릴 뿐이지만, 김여정이 김정은의 실제 후계자로 등극한다면 최악의 세습 독재 연장이라는 점에서 악몽이자 불행이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