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금강’ 처럼 단단… 랭킹 1위가 목표? 내 골프의 한계는 없다”[K골프의 재도약, 그 주인공을 만나다]
2020년 KLPGA 입회후 두각
해외서 주로 활동해 덜 알려져
세번째 도전만에 LPGA 입성
독특한 이름은 금강산서 따와
“이제 시작이니 떨어질 곳 없어
잘 적응해 내년 시드도 꼭 확보“
“저는 어려서부터 특출난 선수가 아니었어요. 그러니 정신을 더 단단히 붙잡고 시작해야죠.”
지난달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시리즈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승에 빛나는 유해란(22)의 수석 통과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4승 합작에 그친 아쉬움을 씻을 반등의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따랐다. 그런데 2023년 LPGA투어에서 K골프의 힘을 보여줄 유력 후보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유해란과 동갑내기인 박금강이다.
박금강은 국내에 비교적 덜 알려진 선수다. 고3이던 2019년부터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대회를 누비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리고 그해 경험 삼아 출전한 LPGA투어 Q시리즈에서 공동 51위에 올라 가능성을 입증했다. Q시리즈는 20위까지 LPGA 출전권을 얻는다.
2020년엔 코로나19 확산 탓에 국내에 머물렀다. 그 사이 KLPGA투어에 입회했고 곧이어 출전한 점프투어(3부) 3개 대회에서 5위, 3위,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박금강의 시선은 여전히 태평양 너머 미국을 향했다. 결국 호텔 생활을 전전하면서도 2021년과 2022년에 한 차례씩 LPGA 2부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Q시리즈에 도전해 꿈을 이뤘다. 첫 도전에서 8일 동안 9오버파를 쳤던 성적은 2021년 2언더파, 2022년엔 20언더파로 향상됐고, 세 번째 도전 만에 LPGA투어의 문을 열었다. 지난 6일 경기 용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금강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나는 해외에서 많은 준비를 했다. 그만큼 설레고 기대도 많이 된다. LPGA투어에 잘 적응해 내년 시드도 꼭 확보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170㎝의 박금강은 어려서부터 또래보다 키가 컸다. 태권도를 취미로 했고, 남자아이들과 축구를 즐겼을 만큼 운동 신경이 남달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간 연습장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은 뒤엔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다. 2018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경험했지만 스스로 “특출난 선수가 아니다”고 할 만큼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매우 단단해 깨지지 않는다(金剛)’는 의미의 이름처럼 굳은 의지로 버텼다. 박금강은 “이제 시작이니 떨어질 곳도 없지만 멘털을 더 단단히 붙잡고 있다”면서 “세계랭킹 1위도, 명예의 전당 입성도 내 골프의 끝은 아니다. 한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스스로 한정 짓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롤 모델도 없다. 각자 개성이 강한 선수들인 만큼 특정한 누군가를 쫓기보다 여러 선수의 장단점을 보고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박금강의 독특한 이름은 북한에 있는 명산인 금강산에서 따왔다. 가족이 금강산 여행을 갔다가 박금강을 임산해 산의 이름을 똑같이 가져왔다. 박금강은 “어릴 때는 놀림을 많이 받기도 했으나 좋은 의미의 이름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박금강의 미국 생활엔 언제나 어머니 곽인경 씨가 함께했다. 정해진 주거지 없이 대회장 인근에서 훈련하고 출전하는 방식으로 지난 2년간 생활했다. LPGA투어 진출 첫해인 올해도 마찬가지다. 행복하지만 고생스러운 길이 앞에 놓여 있다. 대신 국내엔 아버지와 열 살 터울의 언니가 남아 응원할 예정이다. 박금강의 어머니 곽 씨는 “금강이는 늦둥이지만 어려서부터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원하는 바를 이뤘으니 더 열심히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박금강은 이달 말까지 국내에 머물다가 호주로 건너가 훈련한다. Q시리즈에서 캐디를 봐준 이인준 코치와 3월 초까지 호흡을 맞춘다. 자신 있는 아이언은 더 다듬고, 퍼터는 더욱 보완할 계획이다. 박금강의 LPGA투어 데뷔전은 3월 말 열리는 시즌 첫 풀 필드 대회인 LPGA드라이브온챔피언십이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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