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설레던 레전드 원작 팬들 크게 실망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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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 는 그 원작 만화에 열광했던 팬들이라면 제목만으로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아일랜드>
먼저 생각해봐야 할 건, 양경일 원작의 <아일랜드> 가 가진 매력이 현재 2023년에도 그만한 파괴력을 갖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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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는 그 원작 만화에 열광했던 팬들이라면 제목만으로도 설레게 만드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1999년 세기말의 분위기에서 탄생한 양경일 작가의 동명 걸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개된 리메이크작 <아일랜드> 파트1은 어땠을까. 이 걸작의 명성에 비하면 다소 심심한 느낌이다. 무엇이 이런 한계를 만든 걸까.
먼저 생각해봐야 할 건, 양경일 원작의 <아일랜드>가 가진 매력이 현재 2023년에도 그만한 파괴력을 갖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사실 양경일 작가가 1999년 <아일랜드>를 내놨을 때 이미 퇴마를 소재로 하는 한국형 오컬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1993)>은 단적인 사례다. <퇴마록>은 1998년에 영화화 되면서 오컬트 판타지의 저변을 더욱 넓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가 독보적이었던 건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의 세계를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아일랜드>는 제목에 담긴 그 섬이 알다시피 '제주도'다. 제주도 도처에 존재하는 하루방들이 갖가지 요괴들을 봉인하고 있다는 색다른 세계관을 가져와 거기에 '벤줄래' 같은 토속적인 요괴들을 등장시켰다. 막연한 괴물 혹은 귀신과 싸우는 오컬트가 아니라 한국적으로 재해석된 이 세계관은 양경일 특유의 힘이 넘치는 작화로 인해 더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가 갖는 '경이'는 지금도 유효할까. 그렇지 않다. 이미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는 해외에서 'K오컬트'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차례 시도됐고 그 저변도 생겼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나 연상호 감독의 <방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소개된 <지옥> 또 김홍선 감독의 토속신앙과 스릴러를 엮어낸 걸작 <손 the guest> 등등. 이제 한국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K오컬트는 하나의 계보를 만들게 됐다. 1999년 <아일랜드>가 만화로 등장해 열광을 불러일으키던 시절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리메이크는 그래서 사실 쉬워보여도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과거에 비해 CG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극중 반(김남길)이 정념귀들과 싸우는 액션은 충분한 몰입감을 준다. 여기에 구마사제 요한(차은우)이 보여주는 '구마 액션(?)'도 특유의 비주얼과 더해져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이러한 액션들을 떼놓고 보면 <아일랜드>의 스토리는 생각만큼 흥미진진하지 않다. 과거의 인연으로 엮여 있는 반과 미호(이다희)의 미묘한 관계도 이미 참 많은 판타지물들이 무수하게 재현했던 익숙한 이야기 그 이상이 되지 못한다.
특히 미호의 캐릭터는 반과 요한과 비교해보면 그다지 능동적인 느낌이 없다. 물론 재벌가의 딸이고 그래서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는 능력자인 것만은 분명하며 나아가 그가 '원정'이라는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사람'으로 아직 각성되지 않아 그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일랜드> 파트1에서의 그는 정념귀들에 의해 위기에 처하고 반과 요한의 도움을 받는 인물 정도로만 그려진다.
<아일랜드>는 제주도라는 우리의 배경을 가져오고 그 안에 토속적인 전설 속 존재들을 끌어들였다는 세계관이 가진 힘이 분명하다. 하지만 파트1이 6회 동안 보여준 내용은 그 세계관을 설명하고 몇몇 정념귀와 얽힌 에피소드를 전개해 놓은 것 정도다. 더할 나위 없는 김남길의 캐릭터 연기가 전면에서 드라마를 끌어가고 있긴 하지만, 지금의 대중들에 맞춰진 보다 신박한 스토리들이 펼쳐지지 않으면 <아일랜드>는 계속 심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파트2가 여전히 기대되긴 하지만, 남는 아쉬움과 우려도 큰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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