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에게 “조심해” “건강해”…팬데믹 정보 넘어 감정도 교류

기초과학연, 팬데믹 기간 AI 챗봇 역할 최초 분석
소셜 챗봇 서비스 ‘심심이’ 데이터 2만 건 분석

심심이 제공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인공지능(AI) 챗봇이 정보 검색·전달 뿐 아니라 사용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도구로도 쓰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 차미영 교수(카이스트 전산학부) 연구팀은 차지영 이화여대 교수팀, 주식회사 심심이와 공동으로 팬데믹 상황에서 인공지능 챗봇의 역할을 최초로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챗봇 사용자들은 봉쇄, 백신, 마스크,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도 구했지만, 두려움과 다른 이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 등을 털어놓으며 감정적 대화도 나눴던 것으로 분석됐다.

챗봇은 수많은 검색 결과를 뒤져 보여주는 대신, 대화 형식으로 필요한 정보만 골라 알려주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챗봇은 의료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도구로 주목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각국 보건·의료기관이 챗봇을 통해 코로나19 확산과 증상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2년(2020~2021년)동안 소셜 챗봇 서비스 ‘심심이’ 사용이 많았던 5개국(미국·영국·캐나다·말레이시아·필리핀)의 코로나19 관련 대화 1만9752건을 분석했다. 주제를 추려내는 기계학습 기법 ‘토픽 모델링’과 감성 분석을 위한 ‘자연어 처리 기법’을 통해 5개 주요 대화 테마와 18개의 주제를 찾아내고 주제별 사용자의 긍정·부정 감정을 분석했다.

대화 주제는 확진자 수, 자가격리 등 코로나19 관련 질문이 30.6%, 마스크·백신 등 예방 관련이 25.3%, 우한 등 코로나19 발생 관련이 16.4%, 두려움·죽음 등 신체적·심리적 영향 관련이 16%, 타인의 안녕 기원 등 사람과 삶에 대한 대화가 11.7%였다. 사용자들은 ‘마스크’, ‘봉쇄’, ‘감염 우려’와 관련된 주제에 관해 대화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았고, 챗봇에게 “조심해”, “건강해”와 같은 인사를 나누며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연구를 이끈 차미영 교수는 “챗봇이 재난 상황에서 정보 전달과 사용자들의 심리적 도우미로서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규명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보건기구와 건강정보학 분야 학술지 ‘제이엠아이아르(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가 공동 기획한 ‘챗봇과 코로나19’ 온라인 판에 실렸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