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못해도 괜찮아…‘오좀매’ 담백해 더 매력적인 [TV와치]

박정민 2023. 1. 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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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음식 드라마를 보면 그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그런데 왓챠 오리지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하 '오좀매')는 조금 다르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무엇보다 '오좀매'가 가장 특별한 점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시한부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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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정민 기자]

대부분 음식 드라마를 보면 그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그런데 왓챠 오리지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이하 '오좀매')는 조금 다르다. '오좀매'를 보고 있자면 누군가에게 저런 요리를 대접한 적 있는지 돌아보게 되고, 정성껏 만든 음식을 누군가에게 먹이고 싶어진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요리가 아닌 건강하기 위해 먹는 것. 잊고 있던 요리와 음식의 본질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강창욱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에세이가 원작이다.

'오좀매'는 화려한 기술로 여러 음식들을 만드는 쿡방들과 달리 창욱이 대장암에 걸린 아내 다정을 위해 좋은 재료를 준비하고, 정성껏 손질하는 장면을 찬찬히 담아낸다. 속도감이라곤 느껴지지 않음에도 눈을 뗄 수 없다. 그건 아내 다정을 생각하는 창욱의 마음이 진득하게 묻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오좀매'가 가장 특별한 점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시한부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극 후반부 다정의 병세가 깊어지면서 눈물 콧물 쏙 빼는 장면들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병마와 싸우는 다정의 모습이 상당히 절제돼 그려진다.

이런 담백함은 죽음을 대하는 다정과 창욱의 태도로부터 온다. 쉽게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는 꼿꼿한 다정은 불현듯 자신을 덮친 병마 앞에서도 그 자세를 유지한다. 담담하게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오랜 시간 몸 바쳐온 회사 일을 조금씩 정리해나간다. 다정과 별거 중이었던 남편 창욱 역시 절절하기 보단 서투르게 아내 다정 옆을 지킨다. 다정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마찬가지다. 남겨진 창욱과 아들 재호(진호은 분)는 다정을 마음에 품고 담담하게 살아간다. 서로를 대하는데 서툴렀던 세 사람이 다정의 대장암을 계기로 조금씩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가족과 건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오좀매'라는 좋은 요리는 한석규, 김서형이라는 훌륭한 재료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석규의 정갈한 목소리는 드라마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레이션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담담한 목소리가 더욱 먹먹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연기로는 이견이 없을 김서형은 암 환자인 다정이 겪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단단해 보이지만 두려움을 느끼며 숨죽여 우는 장면에선 김서형의 탄탄한 연기 내공이 느껴진다.

흥행 여부만 두고 보자면 아쉬운 작품이다. 왓챠 전체 콘텐츠 중 유입 기여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체감되는 화제성이나 인기는 적다. 그럼에도 '오좀매'는 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아주 귀하고 소중한 작품이다. 자극적인 드라마가 범람하는 요즘이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드라마다.

(사진=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뉴스엔 박정민 o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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