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넷플릭스 1위? 글로벌 순위 어떻게 매겨지나?
아이즈 ize 윤지훈(칼럼니스트)
최근 태국발 외신을 인용한 보도 내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가 현지에 몰고 온 파급력에 관한 것이었다.
최근 태국 매체들의 보도를 인용한 다수의 국내 매체 기사에 따르면 '더 글로리'가 현지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Thai The Glory(타이 더 글로리)' 해시태그 캠페인이 번져가고 있다. 현지 일부 인기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들이 과거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SNS상 폭로가 이어지면서 해당 스타들이 이에 잇따라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 글로리'는 10대 고교 시절 잔인한 학교폭력에 시달린 피해자가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 가해자들을 향한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한국드라마이다. 이와 관련한 태국발 보도는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시청자를 만난 드라마가 현실에 강한 울림을 가했음을 보여준다.
#'더 글로리' 인기, 어떻게 읽나
'더 글로리'는 태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연 송혜교가 아시아권 한류스타로서 지닌 위상과 힘, 무참한 폭력과 피해 그리고 그에 대한 복수 등 스토리가 지닌 보편성 등에 기댄 성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대체로 방송프로그램은 시청률이나 청취율로, 영화는 박스오피스 및 실제 관객의 규모를 통해 이 같은 성과와 평가를 지표화할 수 있다. 하지만 OTT는 다르다는 점에서 각 영상 콘텐츠의 인기 여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더 글로리'처럼 OTT로 소비되는 영상 콘텐츠의 경우 각 플랫폼이 정확한 조회수와 시청 규모를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그 유력한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글로벌 순위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넷플릭스 등 각 OTT가 공개하는 다양한 영화와 예능을 포함한 드라마 시리즈 등 'TV쇼(프로그램)'의 순위를 매기는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산정 결과가 주로 인용된다. 이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16일 현재 넷플릭스 자체 플랫폼의 '전 세계 가장 많이 본 TV쇼(프로그램)' 순위에서 8위에 올라 있다.
그렇다면 플릭스패트롤은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의 순위를 산정할까. 플릭스패트롤은 2020년 4월 문을 연 체코 프라하의 IT기업이자 랭킹 사이트이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HBO,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파라마운트+, 훌루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이 공개하는 전 세계 영화와 드라마 및 예능 장르 등을 포괄하는 'TV쇼'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의 순위를 산정해 그 결과를 매일 내놓는다.
#'더 글로리', 어떻게 글로벌 순위에 올랐나
플릭스패트롤은 대체로 각 글로벌 OTT의 국가별 플랫폼이 합산한 자체 순위를 바탕으로 1위 10점, 2위 9점, 3위 8점… 순으로 포인트를 부여한다. 이를 모두 합쳐 총점을 내고, 이것을 바탕으로 전 세계 순위를 매긴다.
'더 글로리'의 경우를 보자. '더 글로리'는 16일 현재 한국 등 32개국에서 넷플릭스 플랫폼의 '전 세계 가장 많이 본 TV쇼' 10위권에 들었다. 이 가운데 한국과 일본, 대만, 홍콩 모두 8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80점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차지한 2위 성적으로 9점을 얻고, 여기에 쿠웨이트·몰디브·카타르의 3위로 모두 24점을 얻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10위에 오른 다른 나라의 성적까지 모두 더하면 181점이 된다. 이날 현재 1위는 726점의 총점 미국드라마 '지니&조지아'이며, 역시 미국드라마 '바이킹스:발할라'가 703점의 총점을 획득해 2위에 올라 있다. 모두 '더 글로리'와 동일한 방식으로 순위를 산정한 결과이다.
다만 이것이 실제 시청 규모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 아이디로 TV는 물론 PC, 모바일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여러 명이 각 영상 콘텐츠를 동시 시청할 수 있는 OTT 플랫폼의 시청 환경 때문이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 등 대부분 OTT는 각 개별 가입자가 아니라 가입가구수를 내세운다.
따라서 가입가구수가 많은 나라에서나 그보다 비교적 적은 나라에서나 단일 영상 콘텐츠가 얻는 포인트는 1위 10점, 2위 9점, 3점 8점… 등 모두 같다. 플릭스패트롤이 산정하는 순위의 결과가 곧바로 절대적인 시청 규모 집계를 통한 전 세계적 인기를 곧바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플릭스패트롤이 각 영상 콘텐츠를 실제 공개하는 나라별 자체 순위를 바탕으로 포인트를 매긴다는 점에서 그만큼 단일 작품이 더 많은 나라에서 공개될수록 해당 콘텐츠가 포인트를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실제로 플릭스패트롤은 "시간이 지나가며 랭킹 포인트 적용 대상국이 늘어나면 새로운 콘텐츠가 이전 콘텐츠보다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작품 완성도는 뭘로 따지나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는 2021년 11월 이후 각 영상 콘텐츠의 시청시간을 토대로 인기 순위를 공개한다. 넷플릭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플랫폼이 선보이는 각 영상 콘텐츠를 제작 언어 기준 영어권과 비영어권으로 나눠 시청시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더 글로리'의 경우 8248만 시간으로 비영권 시리즈 1위를 2주째 차지하고 있다. 플릭스패트롤의 순위가 드러내는 인기의 정도를 방증하기라도 하듯 넷플릭스의 시청시간 기준은 '더 글로리'가 실제로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각 영상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는 플릭스패트롤와 넷플릭스의 순위 산정 방식은 이용자들의 시청행태를 양적 규모로 들여다보는 하나의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다만 그 기준이 다르고 순위 결과가 정확한 시청규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최근 떠오르는 또 다른 랭킹 지표가 있다. '썩은 토마토'라는 뜻을 지닌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의 '신선도 지수'와 '팝콘 지수'이다. 미국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는 전 세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등을 대상으로 평론가들이 평가하는 '신선도 지수'와 관객과 시청자가 평점을 매기는 '팝콘 지수'를 발표한다. 플릭스패트롤과 넷플릭스의 순위 산정 방식이 정량적 평가라면, 로튼 토마토의 두 지수는 일종의 정성적 평가로 볼 만하다.
로튼 토마토는 낮은 완성도의 연극 작품을 본 관객이 무대를 향해 토마토를 던진다는 의미와 상징을 담아 관련 지수를 지표화한다. '신선도 지수'는 최소 5명 이상 평론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각 작품에 'Fresh'(신선함·빨강)부터 'Rotten'(썩음·녹색) 토마토의 상징을 붙여준다. '팝콘 지수' 역시 빨간색 팝콘과 녹색 팝콘 상징을 활용한다. 'Fresh'나 빨간색 팝콘은 호평이나 긍정적 평가를 내린 사람이 전체의 60% 이상일 경우 받을 수 있다. '더 글로리'는 16일 현재 '팝콘 지수' 96%를 얻고 있다.
다만 두 지수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절대적 지표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60% 비중을 기준으로 한다면 나머지 40%의 평론가나 관객 또는 시청자는 아예 평가 대상 작품을 보지 않았거나 호평하지 않았다는, 그래서 단순한 '호불호'를 나타내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 거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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