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힘들어 집에서 은둔”...서울판 ‘히키코모리’ 13만명
실직 및 취업 어려움을 이유로 꼽아
절반 이상은 유년기에 따돌림 경험
서울시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할 것”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이 12만 9000여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 청년 100명 중 5명 꼴로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분석을 위해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만 19~39세 서울 청년 692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서울시는 조사과정에서 정밀한 기준 설정을 위해 고립, 은둔청년의 개념부터 정의했다. ‘고립’은 현재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상태에 놓인 자로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다. ‘은둔’은 현재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며 은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던 경우로 규정했다.
고립?은둔청년 중 55.6%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러한 생활의 지속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8.1%)’, ‘3년 이상~5년 미만(16.7%)’, ‘10년 이상(11.5%)’ 순으로 나타나, 은둔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한 청년 비율도 28.5%로 높았다.
고립?은둔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보통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64.7%이며, 이는 일반청년의 응답 31.4%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또한 본인의 경제적 수준도 ‘매우 부족함(51.6%)’, ‘약간 부족함(33.5%)’으로 나타나 일반청년(각 15.2%, 35.6%)보다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립?은둔청년은 자신의 신체적 건강 상태에 대해 43.2%가 나쁘다고 응답해, 일반청년(14.2%)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신건강 관련 약물 복용 여부에 고립·은둔청년은 18.5%가 복용한다고 답해 일반청년 8.6%보다 2배 이상 높고, 고립·은둔청년 10명 중 8명은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이중 중증수준 이상은 57.6%)’을 겪고 있어, 우울증 예방관리, 진단·치료에 지원정책의 연계 필요성을 확인했다.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에 대해 10명 중 5명(55.7%) 이상이 ‘그렇다’고 응답하였고, 10명 중 4명(43%) 이상은 실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 봤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시도한 것은 ‘취미활동(31.1%)’, ‘일이나 공부(22.0%)’, ‘병원 진단 및 치료(15.4%)’, ‘심리상담(10.2%)’ 등이었다.
고립?은둔청년에게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경제적 지원(57.2%)’이 가장 높았으며, ‘취미, 운동 등의 활동(44.7%)’, ‘일자리나 공부 기회(42.0%)’, ‘심리상담(36.8%)’ 순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2020년부터 심리적 어려움, 취업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고립청년’,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청년’의 사회복귀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밀착상담, 사례관리, 관계형성, 진로탐색, 취업역량강화, 공동생활, 예술치료, 자조모임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에는 2021년(298명) 대비 2.5배가 넘는 총 757명(고립청년 520명, 은둔청년 237명)을 발굴해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고립청년에게는 진로탐색, 관계기술 등 프로그램을 886회 제공해 1165명(중복참여 누계)이 참여했고, 은둔청년은 3671명(중복참여 누계)이 심리상담과 정서건강 등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받았다. 특히, 은둔청년 20명은 실제 집 밖으로 나와 취업 및 일경험, 대학 진학 등 자립에 성공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고립·은둔청년의 규모 추정을 위한 가구조사(청년 상주하는 가구 대상)와 고립·은둔청년의 전반적 생활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청년조사(서울시 일반청년 대상)로 나누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한 실제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당사자와 지원기관 실무자 대상으로 심층조사(FGI, IDI)까지 실시해 조사 결과의 정확성을 높였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사자 중심의 섬세한 정책설계가 필요해졌고, 이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실태조사를 시행해 유의미한 결과값을 확보했다”며, “이제 고립·은둔청년이 실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그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을 마련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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