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美 조지아공장, 반도체 패키징 게임체인저”
필름 넘어 반도체 패키징 기지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승용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커빙턴시. 이곳에는 SKC 푯말이 적힌 도로가 있다. 1999년부터 SKC의 ‘모태사업’이었던 필름 공장을 운영하면서 인근 도로 이름에 SKC가 붙었다. 현지에서 이 공장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조지아주는 약 165만㎡에 달하는 부지를 단돈 1달러에 공급하고, 재산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SKC의 현지 진출을 도왔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커빙턴 공장은 SKC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다.
9일(현지시간) 방문한 SKC의 커빙턴 공장은 필름 생산을 넘어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SKC의 반도체 글라스 기판사업 자회사 앱솔릭스가 지난해 11월부터 공장 빈 부지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 공장을 짓고 있어서다.
이 기판은 SKC가 세계 최초로 상업화를 추진 중인 제품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려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두께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골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으로 아직 공장의 뼈대밖에 볼 수 없었다. 생산공장은 2억4000만달러를 투자, 연산 1만2000㎡ 규모로 2024년 완공된다. SKC와 앱솔릭스는 3억6000만달러의 2단계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연산 7만2000㎡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공장에선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패키징 등 3개의 첨단 산업의 생산 기술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질 예정이다. 현장 관계자는 “반도체 글라스 기판 공정에는 유리 기판을 가공하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식각·재배선 등 반도체 기술, 반도체 소자를 기판 내부로 넣는 임베딩(embedding) 기술이 모두 적용된다”며 “최상의 수율과 품질을 확보하고 고객 수요에도 적기 대응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글라스 기판이 반도체 산업이 맞닥뜨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자체의 미세공정이 기술적 한계와 높은 투자 비용에 부딪힌 상황에서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로 반도체 패키징 산업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플라스틱 기판이 패키징에 주로 쓰였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미세화를 거듭하는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용으로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표면이 매끈한 실리콘을 중간기판(인터포저)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TSMC가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앱솔릭스가 생산 예정인 글라스 기판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각패널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어 반도체 패키징 미세화는 물론, 대형화 추세에 대응이 가능하다. 중간기판이 필요 없어 두께가 얇고 전력 효율을 높여 대용량 데이터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반도체 소자를 기판 내부에 넣어 표면에는 더 큰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할 수 있다. 같은 면적으로 더 고성능 패키징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앱솔릭스가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대규모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을 적용한 시뮬레이션 결과 면적은 5분의 1로, 전력 사용양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준록 앱솔릭스 대표는 “반도체 칩 자체의 성능을 향상하는 방법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며 “앞으로는 칩을 어떻게 얹어서 패키징 하느냐, 또 그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선·후진국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12월 스몰볼륨의 제조공장을 완공하고, 2025년부터는 대규모 생산체제를 구축해 하이볼륨 제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커빙턴=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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