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란 발언’ 후폭풍...이란 반발에 野 “외교참사”

2023. 1. 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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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한·이란 관계와 무관”
민주 “순방때마다 어김없이 참사”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야권에선 ‘외교 참사’와 ‘순방 리스크’를 꺼내 들며 공세를 이어갔고, 대통령실과 정부는 거듭 진화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17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취리히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은 고위관계자가 (이미)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한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얘기하시는 게 아니죠?”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을 이란 정부가 비판한 것에 대해선 “(상황 정리에 대해) 여기서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외교부에서 잘 말씀드릴 수 있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는 전날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전적으로 무지한, 간섭적 발언”으로 규정하고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요구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에 UAE 아부다비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그런 취지의 말씀이셨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해라, 그런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한 현재까지 대통령실의 입장은 “한-이란 양자 관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외교부 역시 ‘한국과 이란의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는 전날 출입기자단에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 관계와는 무관한바,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개별 국가와의 외교 관계는 별개이고, 우리 대통령께서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며 “이란과의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과 만나 “UAE는 바로 우리의 형제국가”라며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UAE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이곳에 와서 활약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국방력을 전 세계에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공세에 나서는 등 대통령실과 정부의 수습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순방에도 어김없이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며 “대통령께서 뜬금없이 이란을 겨냥해 적대적 발언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제국이라는 UAE를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을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며 “기초적인 사리판단도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질타했다.

전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민주당의 지적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후방 지원’에 나섰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을 갈 때마다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며 “이번 순방에서도 또 대통령께서 어김없이 사고를 치셨다”고 비판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도 “UAE에 가자마자 외교 참사를 벌였다”며 “이런 외교를 하는 대통령이 도대체 세상에 어디에 있나”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UAE는 안보적으로 불안하니까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갖다가 쓰는 거 아닌가”라며 “이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또 “UAE 국민들은 이란을 최대 위협 국가로 보고 있고, 적대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를 자극할 수도 있고 하는 문제인 것”이라고도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이 ‘이란은 한국의 적’이라고 발언했다면 부적절했겠지만, 아랍과 UAE를 언급하면서 (장병) 격려 차원에서 한 말이 왜 외교 참사인가”라고 반문했다.

취리히=정윤희·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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