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Anger Management
치밀어 오르는 화(Anger)나 분노를 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세상에 지체해서 이득 될 건 없지만 분노는 그렇지 않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미련한 자는 당장 분노를 나타내거니와 슬기로운 자는 수욕을 참느니라”라는 잠언도 있다. 영적 지도자 틱낫한은 화도 우리 몸의 일부이므로 어린 아이처럼 보듬고 달래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화>라는 책을 냈다. 화는 잘못내면 주위 사람들과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다. 틱낫한도 제안한 심호흡과 보행명상은 화를 푸는 최고의 방법이다. 만공도 걸으면서 화를 다스리고자 지체했지만 결국은 폭발했다. 그러나 슬기로운 스승 덕분에 상처없이 오히려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 속담에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지만, 화를 참는 것은 그 한자(漢字)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아픈 일이다. 한자를 만드는 기본 원리 4가지가 있다. 사물의 모양을 본 뜬 상형(象形)문자, 사물을 가리키는 지사(指事)문자, 두개 이상의 글자 뜻을 조합해서 새로운 뜻을 만드는 회의(會意)문자, 그리고 뜻과 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모아서 만든 형성(形聲)문자이다. 이 중에서 회의문자에는 알면 유익한 교훈이 담겨 있다. 참을 인(忍)자가 그 예이다. 칼 도(刀)에 점을 찍으면 칼날 인(刃)이고, 그 칼날이 심장을 형상한 마음 심(心)자 위에 있으니 참는다는 것은 칼날의 아픔을 심장으로 견디는 것이다.
화는 불쾌감, 열등감, 위협적 상황이나 피해의식 또는 무시당한다는 체면 손상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감정 상태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서 장기간 억눌려 쌓여 있다가 분출된 화 또는 뇌 전두부(前頭部)의 감정조절 기능이 약한 경우에 격하게 표출되는 화를 분노(Fury, Rage)라 한다. 초국적기업의 한국인 관리자나 경영자가 해외에서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의 그들과 비교되었을 때 가장 약한 능력이 ‘분노조절’이다. 통상적으로 ‘Anger Management’라 한다. 회의나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화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말이나 행동으로 거칠게 표출하기 때문에 그 자질이 의심 받는 상황이 한국인 경영자 심지어 고위 정치인에게도 나타난다.
화 또는 분노도 하나의 감정표현이지만 이는 각 개인이 속한 문화권에 의해 학습되고 통제되어, 상대적 비교에서 ‘감정표현 지향성’과 ‘감정절제 지향성’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을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일곱가지 칠정(七情)으로 나누고, 다시 그 중 욕망을 식욕, 수면욕, 재물욕, 색욕, 그리고 명예욕의 다섯가지 오욕(五欲)로 나눈 동양 문화권에서는 감정 및 욕망의 절제가 미덕이고 수양이라고 전통적으로 강조되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겠다”라는 응답자의 비율이 일본 74%, 중국 55% 인도 51% 등으로 높은 편이나, 미국 43%, 브라질 40%, 이탈리아 33%, 프랑스 30%로 서양문화권이 동양권에 비해 감정표현 지향성이다. 이것만 가지고 보면 동양 문화권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관리자나 경영자가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 경영 활동을 할 때 감정 및 욕망의 표현 때문에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더 적어야 한다. 그런데 왜 한국인 관리자나 경영자가 해외에서 분노조절 즉 ‘Anger Management’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일까?
걸핏하면 분노를 맘대로 다 표출한 후, 자신은 뇌 전두부의 문제 때문에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변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있다. 인상이 험상궂은 거구의 전과자들이 그들에게 화를 유발해도 그들은 매우 고분고분하거나 비굴하게도 참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표현 내지 분노조절도 인간 관계의 한 장면이므로 그 대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된다는 실험 결과이다.
감정절제 지향적인 한국인 관리자가 해외에 파견되어 조직에서 자신보다 하위 또는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분노조절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은 ‘관계’의 문제이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한편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한국의 관리자는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는 굳이 Anger Management를 안 해도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이다. 서양 특히 미국 등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문화권에서 근무해야 할 한국인 경영자나 관리자들은 미국에서 많이 출판된 Anger Management에 관한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책들이 제시하는 Anger Management의 방법에서 대단하게 특별한 것은 없다. 만공이 한 것처럼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에는 걸으면서 시간을 끄는 것(보행명상)이 가장 쉽고 보편적 밥법으로 나온다. 해외에서 현지인들과 회의 할 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언성을 높이거나, 한국말로 욕을 하거나, 탁자를 손으로 치거나, 펜이나 서류를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 위험성이 나올 한계상황에서 즉시 실시해야 할 Anger Management 조치로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의도적으로 낮은 톤으로 천천히 하며, 그래도 안되는 경우 회의를 중단하거나 회의장을 공손하게 빠져나가 걷는 것이다.
쾌락이 크거나 화가 나면 흥분되어 맥박과 호흡이 빨라진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다시 안정적인 맥박과 호흡으로 돌아가려는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 있다. 이런 기능이 없다면 인간의 수명은 오래 갈 수 없다. Anger Management는 항상성을 도와 빨리 평정심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말한다. 특히 문화권이 다른 곳에서 다양한 인종과 교류하고 그들을 리드할 위치에 있는 간부나 경영자는 Anger Management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의 완벽한 실천은 자신의 인격과 리더십의 표출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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