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0년 고성장 스톱 인구찬스도 끝물

2023. 1. 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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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에 수출 회복도 난망
61년만의 인구 감소 ‘성장동력’ 약화
중국 12월 소매판매 1.8% 하락
美 CSIS “2030년 2~3% 저성장 예상”
중국의 노동자들이 17일(현지시간) 중국 동부 안후이성 우후현의 판창경제개발구역 한 공장에서 전기청소차 제조작업을 하고 있다. [신화]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중심축으로 불리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0%로 고꾸라졌다.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2020년(2.2%)을 제외하면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중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한 인구도 6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성장, 인구대국 타이틀이 모두 위태로워지면서 성장이 정점에 달했다는 ‘피크차이나(Peak China)’가 다시 부각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과 반등을 중국의 고성장에만 기대왔던 시기가 끝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시적인 현상인지,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인지 의견이 갈리지만 중국의 변화는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중국은 상당히 느린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이는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제한하며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0% 성장하는 데에 그쳤다. 세계은행과 블룸버그통신, 중국 시장분석업체 윈드 등의 예상치인 2.7∼2.8%보다는 조금 높게 나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지난해 세웠던 경제성장률 목표인 ‘5.5%’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중국의 내수지표는 위기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날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2월 소매판매는 1.8% 하락했다.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중국의 방역정책 기조 전환에도 내수경기가 아직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국 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부동산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의 부동산거래 증가율은 지난해 12월 -37.1%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 경제반등을 위한 핵심 열쇠인 수출침체가 심각하다. 상품 수요자인 세계 각국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팬데믹기간 몰렸던 상품 수요가 점차 여행·서비스로 분산되고 있고,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드라이브와 경기침체로 소비 자체가 둔화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일 새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월 3.0%에서 1.3%포인트 하향조정한 1.7%로 발표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달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9.9%로, 3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10월 2년여 만에 역성장으로 돌아섰고, 11월에도 전년 같은 달 대비 8.7% 감소한 바 있다.

이리스 팡 ING그룹 중국담당 분석가는 “중국이 경제개방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시기가 좋지 않다”면서 “제조업을 포함한 수출 관련활동이 둔화하면서 중국 경제회복을 방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인구까지 감소하며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4억1175만명으로, 2021년 말의 14억1260만명보다 85만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인구가 감소한 것은 대기근 이후 처음이다. 출생인구 역시 1950년대 이후 가장 적다. 오랜 저출산정책과 팬데믹으로 인한 출산율 감소, 코로나19 감염 폭증에 따른 사망자 증가 등이 원인이다. 이 추세로라면 올해 인도에 ‘인구대국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가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달성해온 만큼 인구감소는 앞으로 중국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구감소로 노동력이 줄어 생산성이 감소하고, 장기적으로는 내수의 중심인 주택 수요 감소와 연금제도 붕괴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연령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10년 전 70%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저출산·고령화 심화는 중국 경제성장을 크게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변화로 10여년 내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중국의 미래 노동자들이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며 “중국 경제성장은 2030년까지 평균 2~3%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망스러운 성적표에도 올해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그간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고, 중국 정부의 성장 드라이브와 맞물리면서 경제가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가 올해 4.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5.2%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양회(兩會)에서 5~6% 수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지표는 경제가 바닥을 쳤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적어도 올해 2분기에 확실한 반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분명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5% 이상의 경제성장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위드 코로나 정책이 아직 완전한 경제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제로 코로나 기간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소비와 투자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심리는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이고, 부동산시장 역시 침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 목표치인 5%대로 회복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하면 대중(對中)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저성장에 대비해 탈중국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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