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자율주행 ‘사기극’이었나···“2016년 홍보영상 연출” 내부폭로
전 이사 법정 진술서에서 밝혀
자율주차 땐 펜스 들이받고
신호따른 주행도 당시엔 불가
테슬라의 이른바 ‘완전자율주행’ 기능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2016년 모델X가 자율주행을 하는 모습을 담은 홍보 영상이 사실이 연출된 것이었다는 내부자 증언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8중 추돌 사고가 벌어졌고, 사고를 낸 운전자는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Full Self Driving)’은 오류라고 비판했다.
완전자율주행은 최소 2~3년 안에 힘들고, 어쩌면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는 수준인데, 선두주자인 테슬라가 너무 부풀려 과장광고를 해대는 바람에 애꿎은 목숨만 앗아간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17일(미국 현지시간) 테슬라의 아쇼크 엘루스와미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SW) 이사가 법정 진술서에 2016년 영상은 연출됐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 테슬라는 모델X의 주행 모습을 보여주면서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법규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차량은 스스로 운전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시에 영상에 나온 대로 자율주행을 구사할 수 있는 기술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영상은 2018년에도 논란이 됐다. 하필 애플의 기술자 월터 황이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테슬라 차량을 몰고 가다 사고로 숨지면서다. 유족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홍보 영상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테슬라 차량이 멜론 파크의 한 주택에서 팔로 알토에 있는 테슬라 본사까지 이어진 도로를 자율주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 경로가 사전에 3차원(D) 매핑돼 있었다는 게 엘루스와미 이사의 진술서에 담긴 내용이다. 모델X가 주행하긴 했지만, 도로와 주변 상황을 인식해 자율주행한 게 아니라, 미리 입력된 3차원 지도를 따라 그대로 달렸을 뿐이라는 의미다. 즉 ‘예행연습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만나면 자율적인 주행을 하기 힘든 수준이란 뜻이다.
엘루스와미는 영상을 찍기 전에 운전자가 개입해야 했다고도 폭로했다. 자율주차하는 모습을 찍을 때는 테슬라 사옥 주차장 펜스를 들이박기도 했다고 밝혔다. 신호등에 따라서 정차하고 출발하는 모습도 당시 기술로는 구현이 불가능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을 두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8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안전성 강화를 촉구하는 미국 민간단체 ‘돈 프로젝트’는 테슬라 모델3 FSD가 어린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FSD 모드로 시속 40㎞ 속도로 주행하다가 어린이 크기의 마네킹을 인지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실험은 3번 반복됐지만 모두 어린이 마네킹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난해 8월5일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은 테슬라가 허위 과장광고를 했다고 고발했다. FSD는 주행 보조 장치인데 이름부터 마치 ‘자율주행 기능’인 것처럼 과장했다는 혐의다.
최근 세계 산업계는 자율주행은 당분간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애플은 2025년 출시 목표인 애플카에 ‘완전자율주행 장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고속도로 같은 일부 조건에서만 가능한 반자율주행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뛰어난 애플조차도 앞으로 2~3년 내에 완전자율주행 달성은 어렵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자율주행을 하려면 필요한 기술은 물론 통제해야 할 변수도 너무 많다”며 “도심에서 날아다니는 탈 것(UAM)이 상용화되는 것보다 완전자율주행이 오히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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