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꽂힌 ‘겔포스 3세’ 한국판 머스크 꿈꾸다
취임후 사명 ‘보령제약 보령’ 변경
우주정거장 기업에 총 875억 투자
6500억 알짜 계열사 M&A매물로
NASA도 방문 ‘우주헬스케어’ 고삐
보령은 ‘보령제약’으로 귀에 익은 기업이다. 보령은 몰라도 ‘겔포스’, ‘용각산’은 다 안다.
겔포스, 용각산을 만들던 보령이 요즘 우주사업에 꽂혔다. 바로 보령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보령을 이끌며 나오는 변화들이다. 30년 된 백신 개발사를 매각하는가 하면, 돌연 우주정거장 기업에 875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요즘은 6500억원 가치에 이르는 의약품 관련 알짜 계열사도 시장에 내놨다. 무모한 도전일지, 과감한 도전일지.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는 김 대표의 행보다.
일단 사명부터 김 대표의 의중이 담겼다. 현 보령의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 대표는 37세로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3월 대표로 나선 뒤 사명을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바꿨다. 사명에서부터 제약을 빼버린 것. 이 의미를 실제 확인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령은 작년 초 우주 헬스케어 프로젝트 ‘CIS(Care In Space)’를 발표, 우주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말로만 선언한 게 아니다. 실제 첫 투자로 세계 최초 상업용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엑시옴 스페이스에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만달러(약 875억원)나 투자했다. 보령이 취득한 엑시옴 지분은 2.68%. 보령제약 사명에서 제약을 제외한 시기와 맞물린다.
엑시옴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전문가가 2016년 설립한 회사다. 2027년까지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우주에 떠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향후 10년 안에 해체될 예정이고, 엑시옴이 건설하는 우주정거장 모듈이 ISS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령은 이 외에도 스타버스트, 캘리포니아라이프사이언스 등의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스탠포드대, 하버드대, UCLA, 메사추세스공대 등과도 우주 사업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심지어 김 대표는 NASA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견학장에서 NASA 관계자에게 “아픈 사람은 우주로 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우리도 아직 모릅니다”란 답변을 들었다.
보령 측은 “김 대표가 우주 관련된 전공을 배우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관심도 많았고 공부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우주사업을 통해 ‘우주 헬스케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분야는 이미 주요 제약사도 눈독 들이는 분야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정거장에서 제조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나노입자와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새로운 약물전달 기법과 물질 개발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 릴리는 우주항공 기업 레드와이어와 우주공간에서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보령도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에서 ‘제1회 CIS Challenge’를 개최하고 스페이스 헬스케어 관련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우주사업을 향한 김 대표의 의지는 최근 계열사 매각 추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보령 계열사 중 백신 사업을 하는 보령바이오파마가 매각 추진 중이다. 보령바이오파마는 1991년 설립된 회사로, 역사가 깊은 보령의 주요 계열사 중 하나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을 만큼 기업도 탄탄하다. 작년 매출이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을 만큼 실적도 좋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보령바이오파마의 기업가치만 약 6500억원 수준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왜 보령바이오파마가 매물로 나왔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최근 김 대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알짜’ 계열사를 매각, 그 자금으로 우주사업에 본격 투자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보령 측은 아직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보령 관계자는 “아직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라 확보될 자금이 우주 사업을 위해 투자될지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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