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취임 1주일 만에 대선불복 폭동…재발 가능성
[앵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선거를 거쳐 올해 초 룰라 대통령이 취임했는데, 취임 1주일 만에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폭동이 일어났죠.
민주주의에 상처를 남기고 일단 소동은 잦아든 것처럼 보이는데, 불씨는 여전합니다.
오늘 지구촌 돋보기에서는 브라질 상황에 대해 알아봅니다.
황경주 기자, 먼저 지난 8일이었죠.
브라질의 의회와 대통령궁, 정부 청사가 시위대에 점거됐던 현장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죠.
[기자]
룰라 대통령이 취임한지 1주일만인 지난 1월 8일에, 그와 대선에서 맞붙었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추종자 수천 명이 대통령궁과 국회의사당 그리고 대법원을 습격했습니다.
갑작스런 일은 아니었고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추종자들은 대선 직후부터 두 달 동안 대선 불복을 주장하며 도로점거 시위를 벌여왔고, 또, 육군본부 앞에서 군의 개입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여오던 중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국 각지의 시위대가 수도로 몰려와 1월 1일에 취임한 룰라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3부 기관을 공격한 겁니다.
사건 발생 당일이 일요일이라 대법원과 의회가 휴무였고, 룰라 대통령은 상파울루에 체류 중이어서 피해는 없었습니다.
[앵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추종자들은 진짜 대선 결과를 뒤집어야 하고, 또 시위를 통해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 건가요?
[기자]
이번 사태의 발단은 보우소나루와 룰라 두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패배한 지난 10월 선거였습니다.
룰라 후보가 예상과 달리 결선투표까지 가서 보우소나루 후보를 1.8%라는 박빙의 차이로 힘겹게 이겼습니다.
이미 선거 전부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전자투표시스템의 결함을 지적하며 선거 불복의 가능성을 암시해왔는데, 선거에서 이렇게 근소한 차이로 패하자 부정선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서며 군부개입을 촉구해왔습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세력은 선거 이후 줄곧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군부의 개입을 요청해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위대의 배후에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SNS를 통해서 폭력행위를 비난하면서도 법에 의한 평화로운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자신의 추종자들에 대한 이러한 암묵적 지지가 이번 사태에 방아쇠를 당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직접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앵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면서요?
[기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아직 대통령인 상태에서, 대통령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임기가 끝났으니까 30일 이내에 출국하거나 비자 지위를 변경해야 하는데, 아직 그대로 미국에 있습니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보우소나루의 신병에 대한 브라질 정부의 공식 인도 요청이 있으면, 그때 가서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브라질 폭동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병상에 누워있는 사진을 올리며 2018년 선거유세 당시 입은 자상의 후유증으로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폭동이 진압되고, 다수가 체포되면서,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기는 했는데, 브라질의 이번 폭동이 이번 한 번의 소동으로 그칠 수 있을까요?
[기자]
현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이 이번 폭동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브라질 소셜 미디어에 새로운 대규모 시위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브라질 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룰라 정부는 이번 사태를 테러·쿠데타로 규정하고 폭동에 가담한 1,500명을 검거했습니다.
어제는 우선 39명을 쿠테타, 무장 범죄단체 결사, 공공기물파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주요 공공기관과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고 정부 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강경책이 더 큰 반발을 불러 올 수 있거든요.
보우소나루 세력에 대한 정부의 압박에 또다시 시위가 벌어진다면 새로운 충돌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2014년 시작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브라질의 중산층이 무너졌고, 이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 언제든 시위대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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