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고 증가세" 국토부, 코레일 근무체계 3조 2교대 환원명령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수립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레일의 4조 2교대 근무 체계를 3조 2교대로 환원할 것을 명령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민간 철도 안전 전문위원단 현장점검과 관계기관 대책 회의 등을 통해 코레일 안전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SRT·무궁화호궤도 틀림이 빈번히 검측되었음에도 보수를 지연하거나 누락하고, 오봉역 신호가 계획대로 전환됐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기관차를 운행하는 등 기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안전도 평가 등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근무체계를 변경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신입 직원들이 위험한 업무를 많이 맡고있는 등 조직관리에 있어 안전우선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년간 지속해서 줄어들던 철도 사고는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2년 222건에서 2021년 48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66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열차 궤도 이탈이 3차례 있었고, 코레일 직원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말에는 퇴근길 수도권 1호선 전철이 한강철교 위에서 멈춰서 승객이 열차 안에서 2시간 동안 있어야 했다. 한강철교 사고는 열차를 몰던 기관사가 5개월 차 신입직원이었고, 멈춰 선 열차를 견인한 열차의 기관사는 13개월 차로 사고 수습이 지연된 것으로 조사됐다. 오봉역에서 시멘트 수송용 벌크화차 연결·분리 작업을 하다 숨진 코레일 직원은 30대 초반이었고, 이 직원을 치어 숨지게 한 화물열차를 운전하던 기관사는 수습 직원이었다.
국토부는 우선 오봉역 등 업무량이 많은 역사에 중견과 신입 직원이 균형 있게 근무하도록 하고, 중간 관리자가 부역장·역무팀장 등 현장 책임을 맡도록 인력 배치를 개선한다. 신규 광역철도 기관사는 선로 등 현장에 익숙해진 뒤 열차를 운전하도록 전철 차장(출입문 취급 업무 담당)을 거쳐 기관사로 투입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의 4조 2교대 근무 체계에 대해서는 3조 2교대로 환원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4조 2교대 도입이 필요할 경우 안전도 평가 등 절차를 거쳐 국토부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코레일 노사는 2020년 1월부터 4조 2교대 근무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시범 운영이라고 하지만 도입률이 91∼92%에 육박해 사실상 근무체계를 전환한 것이란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는 4조 2교대는 국토부 승인 없이 도입된 체제이며, 근무 체계 변경 이후 철도 사고가 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궁화호가 탈선한 영등포역의 경우 4조 2교대 도입 이후 조당 하루 평균 인력이 40명에서 32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3조 2교대 시 연간 근무시간은 212일 근무, 주 39.4시간이고 4조2교대 시 연간 근무시간은 182.5일, 37.1시간이다. 그러나 코레일 노조가 3조 2교대를 반대하고 있어 환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철도사고 방지를 위해 철도·유지보수 실명제를 강화하고, 기관사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CCTV 설치 방안도 검토한다.
철도 사고나 운행 장애 때 관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코레일 내에 흩어진 관제 기능은 한 곳으로 통합한다. 관제 기능이 구로관제·철도역(로컬 관제)·본사로 분산돼 있어 사고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관제·시설 유지보수 기능을 코레일에서 떼어내는 방안에 대해선 연구용역을 거쳐 검토하기로 했다. 철도 정비를 위한 장비 도입은 확대한다. 사고 우려가 있거나 차량 정리작업이 빈번한 역사의 선로 전환기는 자동으로 전환하고, 작업자가 원격으로 기관차를 제어하는 무선 입환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우수한 관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제사에 대한 처우개선(인사, 급여 등)을 검토하고,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열차운행 조정 등 시스템 고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코레일 내 안전 분야를 책임지는 '안전부사장'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철도안전 강화대책의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입장이다. 주요 10대 과제를 선정해 준비되는 과제부터 발표할 계획이다. 10대 과제는 안전관리체계 점검·개선, 차량정리 자동화, 선로작업시간 확보, 선로유지·관리지침 강화, 철도시설 종합정보시스템 개통, 전문컨설팅 결과 발표, 관제선진화 방안, 차량정비 책임 명확화, 스마트 유지보수 마스터 플랜, 시설유지보수 체계 개선방안 등이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철도안전 강화대책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행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철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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