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의혹’ 용인 기흥역세권 개발사업… 토지주들 "사업 강행 땐 피해 확산"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이미 불법행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상황인 만큼, 사업이 강행돼서는 안됩니다."
경기 용인시 기흥역 일대에 대한 민간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업에 참여한 중견기업의 부동산실거래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며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관련기사 ☞ 부산 삼정기업 ‘부동산실거래법’ 위반으로 고발당해·본보 2022년 11월 30일자 보도> 또 다른 사업 참여자들이 관할 행정기관에 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용인특례시 등에 따르면 부산의 대표 중견기업인 삼정기업은 ㈜하나윈(옛 녹십자수의약품) 등과 함께 2020년 2월부터 용인 기흥구 구갈동 459-3번지 일대 8만9381㎡ 부지를 개발하는 ‘용인 기흥역세권2 도시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삼정기업 등은 시가 2019년 11월 ‘옛 도시개발법’을 근거로 해당 지역에 대한 도시개발사업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수립 고시에 따라 2021년 5월 ‘용인 기흥역세원2 도시개발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조직한 뒤 같은 해 7월 시에서 조합 설립을 인가 받았다.
이 과정에서 1973년 ㈜녹십자수의약품으로 설립된 뒤 해당 개발지역 내 1만253㎡ 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하나윈을 포함, 토지소유자 46명이 조합원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조합 측이 시에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삼정기업 측의 불법 정황이 포착됐다.
삼정기업이 해당 사업의 진행을 앞둔 2020년 2월부터 집중적으로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와 친인척을 비롯해 계열사 및 임직원 등의 명의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는 옛 도시개발법상 최초 토지 소유자 46명 가운데 조합설립인가 신청 당시 34명의 토지 소유자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의 토지 소유자(최소 23명으로 파악)가 삼정 측에서 명의신탁을 받아 토지소유권 이전 등기만 본인들의 명의로 경료(정해진 절차를 거쳐 완성)한 명의수탁자라는 것이다.
당초 고발인이자 매도인들은 삼정기업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삼정기업이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으로 알고 계약을 맺었고 매매대금도 삼정기업이 지급했지만, 실제 삼정 측의 불법 정황을 포착한 후 지난해 3월 경찰에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삼정기업을 고발한 고발인들이 확보한 명의수탁자 23명의 명단에 따르면 삼정 측 회장 명의의 토지는 1필지 뿐, 나머지는 △회장의 친인척 5명 △삼정 직원 8명 △삼정 관계사 9명 등이었다.
이들이 소유한 토지는 삼정기업에서 매수하기로 했다가 최종 소유권 이전등기 단계에서 명의를 분산한 것이며, 530억 원에 달하는 토지 취득 자금 또한 모두 삼정기업에서 부담했다는 것이 고발인들의 주장이다.
고발인들은 조합설립인가에 필요환 동의자 수에서 이들의 수를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유효 동의자 수는 11명으로, 관련법에 따른 동의율은 23.9%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 같은 내용은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용인 기흥구청 담당 공무원 역시 ‘조사 결과, 명의신탁 관계가 분명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로, 해당 사건은 현재 다른 고발인들의 고발사건과 병합돼 부산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사정이 이렇자 토지주 등 사업 참여자들은 현재 접수된 실시계획인가 신청에 대한 시의 행정절차 유보 및 기존에 이뤄진 조합설립인가 역시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용인시를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하나윈 측은 "조합을 설립할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삼정기업은 특수관계사인 삼정이앤시를 통해 조합이 설립되기도 전인 2021년 2월 하나윈 및 삼양내츄럴스와 ‘조합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삼정이앤시가 조합 이사회 및 토지평가협의회 구성원의 절반을 지정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등 처음부터 명의신탁을 통해 개발구역 내 상당수 토지를 확보하기 위한 꼼수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밖에도 조합 정관상 하자에 따른 절차 위반 등도 주장하며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의수탁을 이용한 수법으로 조합을 장악한 뒤 6차례에 걸쳐 삼정 측이 유리하도록 정관을 개정하는 등 불법 조합원들을 통해 본인들 외의 토지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설립인가와 관련해 사업 추진을 담당하던 용인시청 공무원들이 사전에 삼정기업에서 명의신탁을 통해 사업구역 내 토지의 상당부분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 개발계획 고시 이후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까지 사업의 진전이 없자 삼정기업 등에 협의를 요청하며 조속한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촉구하는 등 현 상황이 벌어지게 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지주들은 "사실 이번 사업의 진행이 늦어질수록 피해가 막대하지만, 잘못이 있는 것을 알게 된 상황에서 불법적인 요소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은 뒤 정상적으로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사실 관계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시가 실시계획을 인가할 경우, 지금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잘못되면 불법행위를 저지른 쪽은 환지 또는 토지 매각 등을 통해 이익을 얻고, 나중에 투자하는 이들만 큰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시는 이번 사업의 진행을 유보하겠다 등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시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 중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해당 사업에 대한 빠른 진행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정된 바가 없는 상황"이라며 "실시계획인가와 관련된 협의는 아직 진행 중인데다 관련 수사와 소송 등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토지주들의 주장과 같이 자칫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률 자문 등을 고려 중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인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그에 대한 처분을 해야 되는 의무가 행정청에 있는 만큼, 관련 절차에 대한 부서 간 협의 및 보완 사안 등에 대한 마무리를 확실히 정리한 뒤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며 "아직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겠다라는 결론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시가 조합설립인가 신청 단계에서 삼정기업의 불법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은 신청서를 접수한 뒤 등기부등본을 근거로 동의율 등을 산정하는데, 수사권한이 없다 보니 서류만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조합 설립 당시 불법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전승표 기자(sp4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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