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외면한 '미분양' 칸타빌 수유팰리스, LH 매입 '갸우뚱'
비선호 입지·저층 원룸형…신혼부부 등 외면
"미분양, 건설사도 책임…원가 이하 매입 타당"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매입가격이 시세와 엇비슷한 수준인 데다 비선호 입지의 악성 미분양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건설사 살리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분양으로 인한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의 미분양 주택 매입 검토'를 지시하면서 향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 건설사의 자구노력, 책임이 동반되지 않은 이같은 매입이 되풀이 될 경우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임대주택 매입가 시세와 엇비슷
국토부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LH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 19~24㎡ 36가구를 각각 2억1000만~2억6000만원에 매입했다. 총매입금액은 분양가에서 12%가량 할인한 79억4950만원이다.
LH는 이를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매입임대는 이미 지어진 주택을 매입해 무주택 청년·신혼부부·다자녀가구·취약계층 등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것이다.▷관련기사: [집잇슈]미분양 아파트, LH 매입임대…어려운 이유 3가지(1월13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1000가구에 달했다.
LH가 이 단지를 매입한 시점은 지난해(매입공고는 8월)로 윤 대통령 발언 이전이다. 하지만 LH의 매입가가 시세와 엇비슷하고 심지어 할인 분양가와 유사한 수준이란 점에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해 3월 일반분양 때 6.4대 1로 청약을 마감했다. 하지만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총 216가구 중 약 90%(195가구)가 미분양됐다. 지난해 6월에는 결국 최대 15% 할인 분양에 나서며 입주자 관리비 대납 조건도 제시했다.
분양 관계자는 "무순위 분양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매입하려는 수요자들이 없다"며 "분양을 계속해서 진행할지에 대해 사업주 측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LH의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매입 금액은 현재 해당 단지 최대 할인폭인 15%보다 적다. 다만 LH가 매입한 소형평수(전용 19~24㎡)는 할인 분양 대상은 아니다.
LH는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 19㎡를 2억1200만~2억2100만원에 매입했다. 해당 매물의 분양가는 2억5000만원이었다. 또 분양가 2억5000만원인 전용 20㎡를 2억2500만~2억2800만원에 매입했다.
비슷한 조건의 인근 시세와 비교해도 약간 높거나 비슷하다.
수유역 인근 A중개업소 대표는 "LH에서 매입한 가구들은 주상복합 아파트인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저층 원룸형 매물"이라며 "인근 신축 오피스텔 매물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수유역 인근에서 분양 중인 '수유역시티앤플랫폼'의 경우 전용 30㎡ 분양가격이 2억2340만~2억2965만원에 형성돼있다.
수유역시티앤플랫폼은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이라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수유역시티앤플랫폼은 수유역 바로 인근에 있어 입지 면에서 칸타빌 수유팰리스보다 낫다는 평가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수유역에서 약 500m 거리다.
LH 관계자는 "주택매입가격은 2개의 감정평가법인에서 감정평가한 금액의 평균 금액으로 결정한다"며 "시세 이하의 가격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공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땐 원가보다 저렵한 가격에 사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분양 사업 실패에는 사업주의 책임도 있는 만큼 국민 세금으로 원래의 가격에 매입할 것이 아니라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함으로써 책임을 나눠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악성 미분양, 임대라고 잘 될까
임대 수요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앞서 7차례의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 15% 할인 분양에 관리비 대납 조건까지 내걸었지만 '악성 미분양'을 피하지 못했다.
LH가 매입한 가구가 전용 19~24㎡의 원룸형 소형평수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1인 가구에 적합한 크기인 만큼 신혼부부나 예비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의 수요는 흡수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평형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수유동 인근 B중개업소는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수유역에서도 멀고 외진 곳이라 임대 수요가 적다"며 "원룸형 주 수요층이 학생들인데 입지 조건 측면에서 잘 찾지 않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임대주택을 매입할 때는 임대수요가 있는지를 철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서울 중심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1~2인 가구의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 아파트를 공공이 매입·임대하더라도 입지와 가격 등에 따라 임대수요가 다르다"며 "아파트의 품질·입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특정 미분양 아파트에 과도한 혜택이 되지 않도록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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