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부당합병" 삼성물산 주주들, 국가배상 1심 패소

기사내용 요약
2015년 합병…복지부 부당 지시 드러나

문형표·홍완선 유죄…투자위원 압박 혐의

손배소 1심 "인과관계 없어" 주주들 패소

[의왕=뉴시스] 배훈식 기자 = 지난 2018년 5월15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구속 만료로 출소하고 있다. 2018.05.1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주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정재희)는 삼성물산 주주 A씨 등 7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해 11월25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7월 이사회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결의했다. 당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 등은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에 자신들의 주식을 매수할 것을 요구했고, 삼성물산 측은 주당 5만7234원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재직 중이던 2015년 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다루게 하고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홍완선 전 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요구하고 관련 자료를 조작하는 등 공단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두 사람 모두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 받았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2020년 11월 합병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냈다. 지난해 4월 대법에서 삼성물산의 적정 주가가 6만6602원으로 결정됐고, 문 전 장관 등의 불법행위로 합병에 이른 만큼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 투자위의 결정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없었던 만큼, 주주들이 낮은 가격의 주식을 교부받게 된 것과 문 전 장관 등의 불법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 등의 행위와 이 사건 합병계약 가결 사이에는 공단의 주주권 행사라는 독립된 행위가 결부돼 있다"며 "국가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주주권 행사가 공동불법행위로 인정되거나 도구로 이용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문 전 장관 등이 공단 투자위 결정 과정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한 점은 인정되지만, 투자위 결정 과정에서 합병에 따른 영향이 종합적으로 고려됐고 표결·논의에 하자가 없었다"며 "문 전 장관 등의 행위가 투자위의 의결권 행사를 좌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관련 합병무효 소송의 기각 판결이 확정됐고,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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