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들여 건설사 살리기?…LH, 악성 미분양 아파트 매입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총 79억4950만원에 매입했다. 총 42개에 대한 매입 신청이 들어왔는데 일부 수용했다. 수차례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도 완전판매에 실패해 분양가 할인에 들어간 단지를 가구당 최저 2억1000만원에서 최고 2억6000만원에 사들인 셈이다.
LH는 매입임대사업 규정에 의거해 이 아파트를 평균 분양가 대비 약 12% 저렴한 금액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9번째 무순위 청약에 돌입하면서 분양가 기준 최대 35% 할인을 진행한 바 있다.
그에 앞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안틸리아 자양’ 전용면적 25㎡ 28실을 거래한 사실도 드러났다. 매입가는 가구당 최저 3억4200만원에서 최고 3억5700만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준공 이후 고분양가 논란에 휘말리면서 전체 68세대 중 단 한 채도 주인을 찾지 못한 오피스텔을 LH가 고가에 전부 떠맡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LH 관계자는 “매입신청이 들어왔다고 해서 전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체평가가 아닌 감정평가를 실시해 매입가격을 결정하고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거나 입지가 떨어지는 주택은 사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도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가운데 약 1조2000억원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추가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매입임대주택 3만5000가구 공급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으로 6조763억원을 편성했다. 단순 산술 시 가구당 1억7300만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분양가 상승으로 주택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자 국회의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있는 수준 만큼 재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합의가 이뤄지면 총 7조2900억원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기준 6만1000가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7110가구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미분양 물량이 10만가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서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 추진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부동산시장 일각에서는 미분양 주택 매입이 도덕적 해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업자들의 시장 공략 실패를 국가가 해결해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 혜택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적정 가격을 책정해 선별 매입하는 등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입가를 분양가 이하는 물론 원가로까지 낮추는 조건을 붙이는 노력을 통해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주택을 비싼 값에 거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매입해야 임대도 저렴하게 내줄 수 있기에 건설사나 건축주, 정비사업조합이 아닌 주거취약계층에게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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