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 눈 내린 배추밭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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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내 자식같이 키워온 배추들인데 값이 너무 형편없어 결국 지난해말 수확을 포기했습니다. 이렇게 눈까지 죄다 뒤집어쓴 모습을 보니 눈물이 다 나네요." 16일 오후 찾은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 일대.
서춘천농협(조합장 김용종)은 이중 6.6㏊, 20여만포기 이상의 배추가 수확되지 않고 버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본지 2022년 12월12일 5면 보도). 이에 춘천시(시장 육동한)와 춘천시농업기술센터(소장 이영훈)가 합동 현장 조사에 나서 피해 규모를 집계하고 농민 피해구제 대책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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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폭락에 생산비조차 못건져
정부에 신속한 대책 마련 촉구
“한해 내 자식같이 키워온 배추들인데 값이 너무 형편없어 결국 지난해말 수확을 포기했습니다. 이렇게 눈까지 죄다 뒤집어쓴 모습을 보니 눈물이 다 나네요.”
16일 오후 찾은 강원 춘천시 서면 신매리 일대. 예년 같으면 이미 가을배추 수확을 모두 마치고 휑하게 비어있어야 할 밭에선 옅은 갈색을 띤 물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방치된 채 말라붙은 채 얼어버린 배추들이었다. 최근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던 것을 말해주듯, 배추마다 하얀 눈이 소복이 덮여 한층 을씨년스러운 광경을 연출했다.
밭 인근에서 만난 배추농민 김모씨(66)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시장에 출하해봤자 작업비와 상자값·운송비·수수료 등 여러 비용을 참작하면 손해만 커질 뿐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그대로 놔둔 것”이라며 “주변엔 트랙터로 밭을 통째로 갈아엎은 농가도 여럿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도록 정부에선 도대체 무얼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9일 기준 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10㎏당 5400원. 평년가격인 7006원에 비해서는 20% 이상 낮아졌다. 1년여 전 이맘때 평균가가 8000~9000원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0% 이상 떨어진 셈이다.
서면 일대는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약 150㏊(45만평)에 이르는 주산지다. 서춘천농협(조합장 김용종)은 이중 6.6㏊, 20여만포기 이상의 배추가 수확되지 않고 버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본지 2022년 12월12일 5면 보도). 이에 춘천시(시장 육동한)와 춘천시농업기술센터(소장 이영훈)가 합동 현장 조사에 나서 피해 규모를 집계하고 농민 피해구제 대책을 수립했다.
김용종 조합장은 “인건비·비료값·농약값 등 안 오른 게 없는 만큼 농가 근심이 더욱 큰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더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책을 세워 부디 타들어 가는 농심을 어루만져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춘천=김윤호 기자, 사진=김정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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