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상병 때 커밍아웃" 지반, 父와의 갈등 고백…박미선 "부모 마음 이해"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드랙 아티스트 지반이 군 생활 중 성정체성 커밍아웃을 하고 겪었던 아버지와의 갈등에 대해 털어놨다.
지난 17일 방송된 채널S '진격의 언니들'에는 드랙 아티스트 지반이 출연해 MC 박미선, 장영란, 김호영에게 커밍아웃 후 아버지와 겪었던 불화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자신을 5년차 드랙 아티스트라고 소개한 지반은 드랙에 대해 "남자, 여자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걸 파괴하고 내가 입고 싶은 옷, 머리, 메이크업 등 하고 싶은 걸 하고 내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걸 보여주는 공연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대에 올라가서 관객들 눈 마주칠 때 쾌감이 있다"며 "너무 자유로운 느낌이고 오롯이 나를 인정받는 느낌이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드랙 아티스트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얘기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고민이 존재했다. 지반은 "제 고민은 드랙 아티스트로 사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은데 아버지가 제 직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지반은 아버지가 이 직업을 반대함과 동시에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화려하게 꾸미는 것도 싫어하시고 커밍아웃했을 때부터 안 좋아하셨다"라고 얘기했다.
지반은 처음 커밍아웃을 하게 됐을 때에 대해 "커밍아웃은 제가 군대 상병 때였다"며 "군대는 너무 힘들더라, 여기는 (드랙) 퀸이 있을 곳이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군대에서 전역을 빨리 하기 위해서는 부모님께도 (성정체성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상병 휴가 때 엄마에게 먼저 얘기하니깐 엄마는 '내 배에서 낳았는데 모르면 안 되지, 6살 때부터 알고 있었어'라고 하셨다"라고 해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달랐다고. 이에 대해 지반은 "아버지에게 얘기해봐야겠다고 해서 육회에 소주를 마시면서 얘기하고자 했다"며 "아버지는 아들이 늠름해졌다고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나는 '아빠가 행복할 때마다 내가 불행하다'고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지반은 "'우리 집 가훈이 거짓말하지 말자인데 아빠를 대할 때마다 나는 거짓말을 했었다'고 했다"며 "사실 나는 남자 좋아한다고 했는데, '커밍아웃 하는 거니'라고 말하시더라"라고 얘기했다.
지반은 커밍아웃 이후 5년 동안 아버지와도 서먹서먹한 관계를 유지했고, 드랙 아티스트로 일하는 사실도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커밍아웃을 하고 (아버지와) 많이 싸우고 아버지도 힘들어하셨다"며 "처음에는 부정하시다가 분노하신다, 세 번째는 자책이셨고 마지막에는 외면이었다"라고 커밍아웃 후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지반은 "그 상태로 5년을 살았다"라며 "(드랙 아티스트) 초반에는 돈이 너무 안 벌려서, 6개월 동안 수입이 0원이었다"라고 그 후의 생활에 대해 얘기했다. 이어 "그래도 포기 안 하고 5년 정도 하니깐 고정적으로 쇼도 하게 됐고, 이제는 수입이 어느 정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후 지반은 자신의 달라진 생활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생겨 다시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사 중 아버지에게 자신의 근황을 얘기하자,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고 얘기해 모두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런 가운데, 박미선은 "우리 아들 얼굴을 대입해서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나도 아무 말 못 할 것 같다, 그게 부모 마음일 것 같다"고 고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김호영 역시 "어머니 입장에서는 본인이 6살 때 아셨다고 했는데, 본인이 22살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침묵으로 지키셨던 게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며 "아버지도 아버지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신 거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서로의 속도가 다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박미선은 이에 덧붙여 "지반이 지금 행복하지 않나, 그걸로 됐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그걸로 됐다'라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도 받아주실 거다"라고 조언을 남겼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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