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래 최대위기 닥친 방통위… 업무 마비 조짐까지

박서연, 금준경 기자 2023. 1. 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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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수사·감찰 이어진 가운데 초유의 구속사태
인허가 부서 기피현상에 TV조선 재승인 심사도 난항 예상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는 2008년 출범 이래 전례 없는 암울한 나날을 맞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국무조정실 감찰이 이어진 가운데 과장급 공무원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는 방통위 업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TV조선 재승인 고의 감점 의혹' 관련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방통위에만 세차례 압수수색을 벌였고 재승인 담당 과장과 국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담당 과장이 구속됐다. 현재는 방통위 정책연구위원과 심사위원의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에 나섰다. 방통위 안팎에선 '윗선'을 찾기 위한 목적의 수사이고, 결국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임기를 지키겠다고 공언해온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향한 수사일 것이라고 풀이한다.

▲지난 9월23일 방통위를 대상으로 고강도 조사를 벌이는 서울북부지검 차량이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앞에 주차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관련 인사와 업무가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방통위 공무원들 사이에선 방송사 인허가 부서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통위 A공무원은 “실제로 사무처 직원들은 재승인 심사와 관련된 일을 기피하려고 한다. 현재 재승인을 담당하는 해당 부서(방송지원정책과)에서도 심사 지원 역할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B공무원도 “종편 재승인 심사 이슈로 내부 직원들이 관련 부서를 안 가겠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관련 부서 배정을 받으면 육아휴직이든 건강상 휴직이든 휴직계를 낼 거라는 말까지 나오더라”고 말했다.

TV조선은 오는 4월21일 승인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심사위원회 구성부터 난항이다. 심사는 각계의 추천을 받는데 심사를 이유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 일부 단체가 심사위원 추천을 주저하거나 거부하고 있다. 방통위는 주요 언론학회에서 추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표성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학회를 대상으로 추천에 나설 계획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방송사 재허가 점수가 전례 없이 높아진 현상도 나타났다. 검찰 수사 도중 치러진 OBS와 도로교통공단 산하 교통방송 재허가 심사 결과 평소보다 100점 이상(1000점 만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OBS는 지난 재허가 심사 때는 652점을 기록했으나 이번 재허가 심사에선 120점 이상 급등해 779점을 기록했다. 도로교통공단 산하 교통방송은 11개 방송사가 모두 800점 이상을 기록했는데 전에 비해 100~150점 가량 높아진 수치다. 방통위 일각에선 수사의 영향으로 심사위원들이 낮은 점수를 책정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높은 점수를 책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방통위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느끼면서 수사가 과도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방통위 C공무원은 “저도 조사를 받았고, 많은 직원들이 조사를 받았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다들 조심스럽고 굉장히 민감하다. 우리가 진행한 일로 이런 일이 생겨서 힘들고, 동료가 구속된 상황이라 말하는 것조차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방통위 D공무원은 “사실상 방통위를 해체시키는 게 용산의 판단일 것 같다”며 “법에 따라서 해온 일인데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 자체가 참담하다”고 했다.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자 현안에 말을 아껴온 노조도 나섰다. 방통위 공무원노조는 지난 6일 “(출범 이후)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방통위 직원들이 바친 혼신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하지만 현 정권은 방통위를 방송의 독립성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방송장악을 위한 도구로 변질시켜, 정권수호의 앞잡이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가공무원노조는 지난 12일 입장을 통해 “사무를 처리하는 공무원 노동자 수십 명은 가혹한 조사를 받으며 범죄자집단으로 매도당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업무가 법적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지만, 감사원의 이례적인 장기 감사와 검찰의 빠르고 적극적인 수사가 이어진 탓에 '선택적 대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MBN에 방통위가 '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결정하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위를 상대로 국민감사를 청구했으나 감사원은 묵묵부답이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방통위는 내부감사 결과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과 당시 담당 국장, 과장이 통신사 등의 불법행위 조사를 사전유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일도 있다. 특히 통신사 대상 조사를 앞두고 최성준 전 위원장은 동창인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의혹이 증폭됐지만 '무혐의'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채널A 자본금 차명납입 의혹에 방통위가 '봐주기'를 한다며 시민단체들이 이경재 방통위원장 등을 고발했으나 무혐의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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