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다보스의 세계화는 끝났다”
지정학적 위기에 무역 퇴조와 블록화 대두
창시자 슈왑 “모두가 공유하는 규범 못 만들어”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WEF)이 추구해온 세계화의 중요성 자체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포스포럼이 16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CNN은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라나 포루하르의 말을 인용해 “다보스 포럼은 전혀 적실성(relevance)이 없어졌다”고 18일 평가했다.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이 중국 등 신흥국에서 실제로 주요 소비가 일어나는 미국과 유럽 등 현지로 옮겨가면서 지난 반세기 동안 시장을 지배했던 세계화의 힘을 대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CNN은 세계화 퇴조 현상의 증거로 전체 세계 경제에서 글로벌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 추세라는 점을 들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중 글로벌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1%를 정점으로 점차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에는 52.2%로 2009년 불황 당시(52.5%)보다 무역 퇴조 현상이 심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세계 해외직접투자(FDI) 규모 역시 2007년 2조1482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였다. 2020년에는 6566억달러를 기록, 1조달러를 하회했다. 다만 2021년 다시 투자규모가 1조6536억달러로 급증했는데 이는 인건비가 저렴한 신흥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던 이전의 FDI 트렌드가 바뀌면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산업 생산과 공급망을 다시 자국으로 이전하며 현지화 움직임이 커졌다.
세계화로 경제협력이 확산되면 각국이 상호 의존도가 높아져 전쟁을 피할 것이란 자유주의적 이상도 산산이 부서졌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맥도널드가 진출한 국가끼리는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란 토마스 프리드먼의 ‘분쟁 예방의 황금 아치 이론’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위기는 세계 경제의 협력적 관계를 끊어놓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1000여개 이상의 서방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영업을 축소했다. 유럽 국가는 에너지 대란이라는 대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의 석유 및 천연가스 도입을 중단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중국의 군사 훈련으로 더욱 깊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 역시 “많은 기업들은 최첨단 반도체의 90%를 생산하는 대만을 중국이 침공하면 세계 경제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전쟁에 훨씬 못 미치는 지정학적 긴장조차 국제 무역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적 규모의 협력은 가치와 전략을 공유하는 동맹 간 협력으로 대체 되고 있다. 미국을 주도로 한국, 일본, 대만 4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 및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칩4 동맹’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의 부품과 핵심광물 조달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공급망을 북미 지역과 동맹국으로 한정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IRA가 자국산 전기차를 차별한다며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CNN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취약성을 줄이고 국익을 보호하는 것이 비용 절감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우선시 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는 주요 제품에 대한 공급망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국 정치인들은 국내 일자리를 우선시하라는 국내 여론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F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에마뉘얼 마크롱 대통령 등 유력 국가 정상들이 이번 포럼에 불참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다보스 포럼이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다보스 포럼의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왑은 ‘재세계화(Re-Globalization)’으로 칭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점점 더 상호의존적으로 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규칙과 규범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를 더 많이 맺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계를 단위로 하는 공동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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