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막아달라” ‘이태원 분향소’ 접근금지, 법원이 해결할까

맞불 집회로 갈등 커지는 시민분향소
이태원 유가족 측 접근금지 가처분 내
“추모감정 보호해야” vs “모욕 안 해”
양측 입장 들은 재판부 2월 6일 결론

18일 오전 8시께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 광장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시민분향소 부근에는 신자유연대가 제작한 현수막들이 붙어있다. 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남의 죽음에 숟가락 올려….” “OOO 거짓말쟁이.” 18일 오전 8시께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부근에 있는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 분향소 인근에는 신자유연대가 제작한 각종 현수막이 붙어있다. 현수막 중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이 없는특정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충돌을 배치해 시민분향소 부근에는 경찰들이 대기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시민분향소가 생긴 이래로 이곳은 늘 긴장 상태다.

전날인 17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임정엽 수석부장판사)에서는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사건’ 심문이 열렸다. 1시간가량 진행된 심문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신자유연대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신자유연대와 김상진 대표를 상대로 분향소 반경 100ｍ 이내에서의 방송이나 구호 제창, 현수막 개시 등 추모 방해 행위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신자유연대의 행동을 이태원 참사 추모 감정을 훼손하는 2차 가해로 봤다. 유가족 측 변호사는 “유족이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을 행사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이고, 행복추구권 실현에 필요한 조치로서 유족의 추모 감정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문에 출석한 유가족 이정민씨는 “(신자유연대 측이) 종교행사에서까지 와서 이럴 줄 몰랐다”며 “아이들이 없어진 고통이 너무나 큰 고통이었는데 더 큰 고통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방법을 시도해도 신자유연대 측 시위를 막기 어려웠다며 “법정까지 와서 이런 걸 해야 하는 것도 회의감이 든다. 사법부에서 저희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시민분향소에서 진행된 각종 행사에서는 보수 단체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성탄대축일 미사를 집전했고, 이에 대응해 신자유연대 등 보수 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반면 신자유연대 측은 유가족을 모욕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단체 측 변호사는 “채권자를 조롱한 적이 없다. 유가족을 향해 막말한 것도 없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성탄대축일 미사를 기다리는 가운데(왼쪽) 보수 단체가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이 제기하는 가처분 심문 자체도 허용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단체 측 변호사는 “추모공간을 만들어 놓고 스피커, 유인물 등을 금지해달라는 것은 (사실상) 집회 금지 가처분”이라며 “최소한 용산구청으로부터 전용 허가를 받아야 배타적인 사용권이 있는데 법률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양측의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소명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유가족협의회 측에 추모 감정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접근·방해금지를 요구할 수 있는지 명확한 선례가 없다며 구체적인 사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자유연대에는 이태원광장에 설치한 현수막 설치 현황 자료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석명 사항이 포함된 자료와 반박자료를 내달 1일까지 받고, 6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