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해제에 어색한 시민들…“화장안해 좋았다”, “감정 숨겨 직장생활 편해”

2023. 1. 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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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 이유, 일상에서 적응 등 다양한 이유
직장인 “표정 관리 안 해도 감정 숨길 수 있어”
고령층 “한 번의 감염으로도 생명 위태로워”
자영업자 “매일 손님들 응대로 감염 위험 높아”
질병청, 감염병자문위 논의 마쳐…20일 중대본서 결정
병원·대중교통 등은 착용 의무 유지
지난 17일 점심시간 서울의 한 식당가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박혜원 기자] “민원인 응대가 잦아서 표정 관리가 필요한데 마스크 때문에 쫌 편했어요. 마스크를 벗는 게 사실 주저됩니다.”

지방에서 위치한 한 공공단체에서 일하는 주모(31) 씨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돼도 당장 마스크를 벗지 않을 계획이다. 주씨는 “마스크 쓰고 일해야 그나마 감정 소모가 덜하다”며 “앞으로 마스크를 안 쓰게 되면 ‘마스크를 안 쓴다’고 뭐라고 하는 민원인이 있을까봐 걱정이다. 당분간은 쓰고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올 설 연휴 이후 실내 마스크 해제까지 유력해졌다. 하지만 3년간 썼던 마스크를 갑자기 벗는게 어색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직장인 송모(27) 씨도 주씨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마스크를 벗지 않을 계획이다. 송씨는 “마스크 쓰고 있으면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며 “3년 다 돼가니 억지로 웃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시 마스크 안 쓰는 사회가 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대학원생 김모(30) 씨 역시 “마스크를 쓰는 게 반드시 지켜야 할 에티켓으로 뇌리에 박혔다. 바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주저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 때문에 화장하는데 드는 시간을 아꼈다는 여성들도 있다. 경기 일산에 사는 직장인 김모(27·여) 씨는 “이른 아침부터 화장하려면 오랜 시간 걸렸는데, 마스크를 쓰고 ‘쌩얼’로 출근하는 일이 잦아져 편한 부분도 있었다. 30분은 더 잘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노(no) 마스크에도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사는 정모(29) 씨는 “평소 마스크 쓰면서 침 튀기거나, 입냄새 나는 일 잦았는데, 지난 3년간은 다른 사람이랑 대화할 때 이런 불쾌감이 없어서 편했다”고 말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17일 회의를 열고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 가능성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실내마스크 의무 조정 관련 내용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회의를 통해 실내마스크 의무 조정지표 상황 평가 등 의견을 수렴하고, 방역당국 검토를 거쳐 오는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안건 논의를 통해 조정 시기를 결정하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의무 조정 논의를 위해 제시한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 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 등 지표는 상당 부분 충족된 것으로 평가된다. 제시된 지표 중 2가지를 충족하면 논의를 거쳐 현재의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바꾸기로 했다. 다만 의료기관과 약국, 감염취약시설, 대중교통을 제외한 공간에서만 부분적으로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전망이다.

고령층 “생명의 위험으로 직결”, 자영업자 “매일 손님 수십명 상대”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마스크 착용 관련 안내화면이 표시돼 있다. [연합]

고령층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고수하는 입장이 많았다. 여론조사에서도 고령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반대하는 비율이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에 반대한다(57%)는 응답이 찬성(41%)보다 16%포인트 많았다.

연령대별 반대 비율은 70세 이상에서 72%로 가장 높았고, 40대(65%), 60대(62%), 50대(57%), 30대(51%) 순으로 뒤를 이었다. 20대는 찬성(60%)이 반대(39%)보다 많았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모(59) 씨의 경우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있어, 김씨에게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 사항’이라고 했다. 김씨는 “해가 지날수록 갖가지 질환으로 (부모님께서) 병원을 찾을 일이 많아지고 있다. 내성도 점차 약해져서 작은 감기에도 몇 주를 앓는다”며 “치료제나 백신이 있어도 코로나에 걸리면 생사를 오갈 위험은 여전하기에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마스크는 쭉 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61) 씨도 “고령층은 코로나에 걸리는 순간 생명의 위험과도 직결된다. 상태가 안 좋아지면 직장을 다니기도 어려워져 생계 위협도 따라온다”며 “똑같은 감염증에 걸려도 증상은 젊은이들과 천차만별이기에 이번 마스크 해제 소식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 업종 등을 종사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매일 수십명의 손님들과 마주하기에 마스크 착용에 더 주의하는 입장이었다. 편의점 알바생인 배수빈(29) 씨는 “지난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늘 불안하게 일했다. 하루에도 200명 넘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코로나가 종식이 안 돼서 대면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마스크 써야할 듯 전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상의 이유 외에도 마스크 착용이 갖는 순기능이 생겼다고 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감정, 표정을 숨기는 등 개인주의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마스크가 순기능을 하는 측면도 있다”며 “앞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이 적어지면 이러한 기능도 줄어들텐데, 아쉬워하는 현상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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