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가 고진영·이민지에게 '3천만원 벌금'을 부과한 규정이 뭐길래?
[골프한국 하유선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정상급 선수인 고진영(28)과 이민지(호주)에게 2만5,000달러(약 3,100만원)의 벌금을 각각 부과했다.
이 내용은 17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위크, 골프먼스리 등 현지 매체들을 통해 전해졌다.
세계랭킹 3위 이민지와 세계 5위 고진영이 벌금을 부과받은 이유는, LPGA 투어 시즌 개막전 힐튼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4년 연속 불참하기 때문이다.
LPGA는 CME 포인트 목록의 상위 80위 안에 드는 선수들이 (적어도) 4년에 한번은 참가 자격이 있는 대회에서 경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9년 창설된 힐튼 베케이션스 토너먼트는 LPGA 투어 우승자에게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데, 자격이 있었던 고진영과 이민지는 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다. 두 선수가 벌금을 피하기 위해서는 올해 참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고진영은 참가 신청을 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LPGA 투어 운영 부사장 토미 탕티파이부온타나는 미국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두 선수 모두 소명할 권리가 있으며, 그 결정은 커미셔너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부상 등의 사유로 참가하지 못하면 벌금을 면제해주는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에, 이번 건으로 고진영이 벌금을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고진영은 지난 시즌이 끝날 때 손목 부상과 싸웠고 오프시즌 동안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하다. 개막전 불참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이민지의 경우에는 LPGA 투어 시즌이 끝난 뒤 호주여자오픈에 참가하는 등 12월까지 뛰었다.
아울러 일정 및 이동 거리를 고려하면, 아시아 및 호주에서 연말연시를 보내는 선수들에게는 개막전 출전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힐튼 베케이션스 토너먼트가 끝난 후, 두 번째 대회는 한 달 뒤 태국에서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다. 호주 퍼스에서 올랜도까지는 왕복 2만4,000마일이다.
해당 규칙의 역사를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원래는 LPGA 투어 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미국 내 대회에만 적용되었다. 안니카 소렌스탐, 캐리 웹, 박세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던 때였다. 탕티파이부온타나는 "(당시) 타이틀 스폰서를 보호하기 위해 이 규칙이 시행되었다"고 말했다.
이후 LPGA 투어가 국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몇 년간 미국 밖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도 이 규정이 적용되었다가, 지금은 다시 미국 내 대회로 한정되었다. 육아, 음식, 보안, 여행 제한 등의 문제로 인해 선수들을 강제로 하지 않기 위해서다.
즉, 한국에서 개최되는 LPGA 투어 대회에 외국 선수들이 4년 이상 출전하지 않아도 벌금을 내지 않는다.
이 규정에는 면제도 있다. 골프위크는 "230개의 LPGA 투어 공식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다음 시즌부터 선수 생활의 나머지 기간 동안 면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인비(35)는 305개, 지은희(37)는 348개 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에 이 규칙에서 자유롭다. 고진영은 지금까지 86개, 이민지는 189개 대회에 나왔다.
또한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낸 선수가 향후 2년 동안 그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벌금은 3만5,000달러로 올라간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해 LPGA 투어에서 고진영, 김효주(28), 지은희, 전인지(29)가 4승을 합작했다.
그 중 지은희에게는 출전 여부의 선택권이 있고, 고진영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승 이상씩 거두었기 때문에 이 대회 출전권을 항상 받았다.
전인지와 김효주도 올해 출전하지 않는다. 전인지는 지난 2019~2021년 3년간 참가했다. 김효주는 2019~2021년에는 출전권이 없었고, 작년에는 출전권이 있었지만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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