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교섭', 논란의 중심에서 안전을 택하다

강효진 기자 2023. 1.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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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섭\' 포스터.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상업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안전한 영화다. 민감한 소재를 논란의 여지 없이 매끈하게 다뤘지만, 그만큼 긴장감은 떨어지는 '교섭'이다.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현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다. 2007년 벌어진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교섭'을 볼까 말까 고민 중인 관객이라면, 그리고 2007년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면 대부분은 '과연 이 영화가 전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그 사건을 미화할 것인가?'라는 궁금증으로 선택의 고민에 빠질 것이다. 괜히 봤다가 썩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될 것만 같아 주저할 수 있지만 정답부터 말하자면, 논란을 피해 안전한 상업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실제 사건과 같다. 아프가니스탄에 선교를 떠난 23명의 교인들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를 당한다. 탈레반은 이들을 이용해 수용소에 갇힌 탈레반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대한민국 국정원 요원과 외교관이 급파돼 협상에 나선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끝끝내 협상에 성공하는 과정을 담는다.

'구출 작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있게 밀고가는 쉬운 전개, 현빈의 포인트 확실한 액션 볼거리, 황정민의 존재감으로 리드하는 이야기의 완급조절, 적재적소에서 강기영이 풀어주는 분위기까지, 영화 전반이 흠잡을 곳 없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 \'교섭\' 스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안전하고 편안한 전개는 '구해야 한다'는 황정민과 현빈의 고군분투가 다소 뻔하게 읽히기도 한다는 뜻이다. 실제 사건의 엔딩을 알고 있는 만큼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민 수호'라는 사명감에 두 사람이 목숨까지 걸고 비장하게 나서는 모습은 사실 관객 입장에서 가슴 절절하게 와닿진 않는다.

이는 실제 사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영화의 감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다. 영화에선 당연히 '반드시 목숨 바쳐 구해야 한다'를 밀고 나가지만, 어떤 관객들은 당연히 구하긴 구해야겠지만서도 상당히 마뜩잖다는 심경으로 이들의 귀환을 지켜볼 것이다.

임순례 감독 역시 "당연히 가지 말라는 곳에 어기고 간 그 분들이 잘못했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미화 논란을 불식 시켰지만, 영화에는 이에 대한 생각을 노골적으로 담지 않고 은근한 힌트로 남겼다.

우선 납치 소식을 알리는 전개와 함께 나라에서 가지 말라는 여행 제한 국가를 중국과 두바이로 우회해서 꾸역꾸역 몰래 입국해 기어코 납치가 된 점을 분명히 짚었다. 특히 예고편에 등장한 "아무 죄 없는 민간인이다"라는 말에는 "과연 그 사람들이 정말 죄가 없을까요?"라는 대사가 이어진다. 이밖에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엔 관광지가 없다", 카심의 "그 사람들은 왜 굳이 여기에 와서 여러 사람을 고생시키냐" 등 의미심장한 한마디가 영화 전반에 말뚝처럼 박혀있다.

다만 더 비난 받을 여지, 덜 비난 받을 여지는 과감하게 잘라냈다. 피랍된 여성의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정재호의 감정선에 기능적으로 쓰이긴 하지만, 피랍된 사람들의 개개인 서사는 가급적 뒤로 하고 그들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외교관과 국정원의 이야기에 확실히 무게를 뒀다.

특히 영화 제목이 '교섭'인 만큼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30분 가량에 담긴 황정민과 탈레반의 교섭 장면에 가장 힘을 줬다. 목숨 건 도박으로 승부수를 띄운 두 사람의 첨예한 심리전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물론 이렇게 공들여 밸런스를 맞춘 덕분에 논란의 여지는 줄고 영화는 안전해졌지만, 그만큼 구출의 카타르시스는 떨어진다는 점이 이 소재를 다룬 작품이 가진 필연적인 아이러니다. 마침내 구해냈다는 기쁨과 동시에 밀려오는 여러 감정들이 복잡미묘한 상념에 빠지게 한다. 과연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고볼 일이다.

18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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