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국민참여토론’ 주제 나왔는데…“뜬금없다”는 서점들 왜

대통령실 ‘도서정가제 적용예외’ 채택
“영세서점들 악성 재고 처리못해 부담”
서점업계는 도서정가제 더 강화 요구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이 도서정가제 완화로 정해진 가운데 서점업계로부터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료=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이 첫 국민참여 토론으로 도서정가제를 선정한 가운데 서점업계로부터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18일 매일경제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첫 국민참여 토론 주제로 도서정가제 적용예외 허용을 정했다. 도서정가제는 온·오프라인 서점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책의 정가에서 최대 10% 이내의 가격할인과 5% 이내의 경제상 이익(사은품, 마일리지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통령실은 “장기간 팔리지 않은 재고 도서에 대해서도 가격 할인 폭을 10% 이내로 제한하여 악성 재고 도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폐짓값만 받고 처리하고 있어 소규모 영세서점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지역의 소규모 영세서점에 한해 출간 3년 이상 경과한 장기 재고 도서의 자율적 할인 판매를 허용하여 동네서점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의견 등이 국민제안을 통해 제기되었다”고 알렸다.

도서정가제는 가격 경쟁에 취약한 다수의 출판·서점 사업자와 신인 저자의 시장 참여를 보장하고 독자가 책과 유통경로를 선택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반면 예외 없는 일괄적 규제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령실 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은 “출판사에서 가격을 올리는 건 그들의 선택이라 할지라도 할인 프로모션 자체를 제한하는 지금의 기형적인 형태가 정상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나요?”라며 도서정가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서점연합회는 해당 토론이 ‘1호 국민제안 토론’으로 선정돼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장기림 서울시서점조합회장은 “서점업계나 출판 계통 쪽에서는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면 강화됐지, 완화에 대해서 토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 단체도 출판문화가 열악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규정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점에서는 거의 99%가 도서를 구입했을 경우에 반품이 가능하다”며 “악성 재고라는 개념의 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 서점의 경우엔 실질적으로 책이 있어봤자 200~300만원어치의 재고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온라인 플랫폼이나 대형 유통사에 있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해당 제안이 나왔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2022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전국의 서점은 2528개로 2019년 2320개보다 208개 증가했다. 서점수는 2003년부터 계속해 감소하다 처음으로 수치가 늘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코로나 상황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서점들이 개점한 것과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보편화 되어 서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전국의 많은 지역서점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오래된 서점들이 폐점을 앞두고 있다”며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행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도서정가제 유지 타당성을 3년 마다 검토해 폐지, 강화·완화 또는 유지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0년 11월 제도 완화로 논란이 일었지만 ‘현행 유지’로 결론이 났다. 지난 12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최초로 도서정가제에 관한 본안심사가 열렸고 지난 평가 이후 3년이 지난 올해 11월 타당성 검토가 다시 이뤄질 예정이라 도서정가제의 귀추가 주목된다.